이들은 이런 결론을 얻기까지 1996년부터 13년 동안 러셀3000지수(미국의 3000개 대기업 주가지수)와 시카고 와인 컴퍼니가 144회 실시한 와인 경매 결과(총 2억3700만 달러 상당), 그리고 연구자들이 자체 개발한 제너럴와인지수(GWI)와 기존의 다른 와인지수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했다.
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 러셀3000지수는 47% 빠진 반면 GWI의 하락폭은 17%에 지나지 않았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거품이 빠지던 2001∼2003년 러셀3000지수는 하락했지만 GWI는 떨어지기는커녕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렸다는 점 등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면 어떻게 와인에 투자를 할 수 있을까. 방법은 많지 않다. 개인이 구매부터 판매까지 직접 나서거나 금융권의 와인펀드에 가입하는 방법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필자는 국내에서는 어느 쪽으로든 성공담을 듣기가 쉽지 않았다. 개인이 원활히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 것도 아니고 국내 와인경매는 도무지 활성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장한 와인을 내놓는 사람도 많지 않거니와 좋은 와인을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은 무관세 정책으로 와인이 저렴하고 선택 범위도 훨씬 넓은 홍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도 2007년부터 여러 와인펀드가 출시되었지만 수익률이 좋지 않기 때문인지 “귀찮아도 직접 와인 투자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말하는 애호가만 늘었을 뿐이다. 현실은 이렇지만 최근 열린 한 와인 사모펀드 설명회에서 일말의 희망을 보기도 했다. 와인에 직접 투자하는 이 펀드의 국내 위탁관리는 와인의 수입부터 판매까지 모든 유통망을 보유한 와인 회사가, 해외 위탁관리는 이 회사와 오래 거래해온 프랑스 와인상이 맡는다고 했다. 이는 기존 펀드와 달리 와인의 매입, 매각 등의 구조가 좀 더 자유롭고 원활함을 의미하고 와인 보관 역시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행여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와인으로 받았다가 추후 이 회사에 되팔 수 있다는 장점까지 갖추었다. 가장 큰 문제는 필자의 주머니가 비어 있다는 점이랄까.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