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식아, 건빵 좋아?” “좋…아~”
에버랜드 동물원 내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한 코식이가 사육사 김종갑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코식이는 입에 코를 넣어 바람 세기를 조절해 소리를 낸다. 현재 코식이는 김 씨가 자주 말하는 “좋아” “누워” 등 7개 단어를 흉내 낼 수 있다. 사진 제공 에버랜드
“코식아, 코식아, 안녕?”(기자)
“….”(코식이)
건빵을 본 코식이는 코로 건빵을 집어 입에 넣었다. 우물거린 코식이는 다시 코를 입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말했다. “좋…아∼! 좋…아∼!”
인터뷰 시작 10분 만에 얼어붙었던 그의 입이 열렸다. 단답 하나에도 관람객들은 그에게 환호했다. 이 도도한 ‘인터뷰 대상자’를 보러 최근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 음성학 생물학 연구진이 방한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진짜로 코끼리가 말을 할까. 한다면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 걸까. 그를 인터뷰하러 에버랜드를 찾았다.
○ 6년 동안 연습해 얻은 7개 단어
올해 나이 스물. 아시아계 코끼리. 키 3.5m, 몸무게 5500kg. 코식이의 프로필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좋아”부터 예, 누워, 앉아, 안 돼, 발, 아직 등 7개의 단어를 말한다는 것까지다. 코끼리는 성대를 비롯한 조음기관이 발달하지 않았다. 사람의 말처럼 복잡한 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 입 속에 바람을 가득 넣고 ‘뿌우’ 하는 소리가 전부다. 성대 없는 코끼리가 어떻게 말을 할까. 답은 긴 코에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색한 분위기는 점차 사라졌다. 건빵을 주며 “코식아, 누워!”라고 기자가 외치자 코식이는 곧바로 “누…워!”라고 말했다. 발음과 성량은 비교적 또렷했다. 반면 강세는 인간과 달랐다. ‘좋아’ ‘누워’ 같은 단어는 대부분 앞 음절에 강세를 두는데 코식이는 “(좋)아∼” “(누)워∼” 식으로 뒤 음절에 힘을 두어 마치 비행기가 “윙∼” 하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 소리에 집착… 혼자 새벽 연습도
전문가들은 코식이의 언어 행태에 대해 모방과 반복 학습을 통해 얻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에 따르면 코식이의 소리 평균 진동수가 130Hz인데 이 수치는 중년 남성들의 음파에 해당한다. 특히 사육사 김 씨의 음파(132Hz)와 비슷하다는 것. 사람으로 치면 3, 4세 수준인 코끼리 지능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좋아, 누워 같은 단어는 김 씨가 사육을 하면서 코식이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그러나 코식이가 실제로 단어 뜻까지 알고 말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앉아”라고 말할 때 실제로 앉지 않고 똑같이 “앉아”라고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찾은 해외 연구진이 중점적으로 연구해간 분야도 바로 이 부분이다. 김 씨는 “코를 입 속에 집어넣는 행위나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좋아, 누워 같은 단어를 소리 내서 연습하는 점 등 아직은 소리 내는 행위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단계”라고 말했다.
▲에버랜드 ‘말하는 코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