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 이렇게 만들었다”
롯데 양승호 신임감독의 축하 2006년,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차지하고도 투수 트리플크라운의 빛에 가렸던 롯데 이대호. 4년이 흐른 올해, 그는 3관왕으로도 모자라 사상 첫 타격 7관왕을 차지하며 마침내 ‘최고의 선수’ 자리에 섰다. MVP 트로피를 받아든 이대호(오른쪽)가 롯데 양승호 신임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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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 이렇게 만들었다”
2006년 타격4관왕 불구 씁쓸
이 악물고 투혼 7관왕 밑거름
야구 못할 땐 TV도 끄는 아내
그녀는 나의 영원한 내조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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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 감사하다“이 자리에 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오늘은 제2의 생일인 것 같다”며 감격해 하는 그의 얼굴에는 그동안 2인자로 지내온 가슴앓이와 한(恨)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이 뒤섞였다. 2001년 프로 데뷔 후 생애 첫 MVP. 롯데 이대호(28)가 타격 7관왕에 이어 최우수선수(MVP)까지 휩쓸며 2010년 프로야구를 ‘이대호 천하’로 만들었다.
○4년 전 홈런·타점 혹평 오기 키워
이대호는 2006년 타격 4관왕에 올랐다. 타율(0.336), 홈런(26), 타점(88) 등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출루율(0.571) 타이틀까지 집어삼켰다. 그러나 그해 신인으로 다승(18) 방어율(2.23) 탈삼진(204) 3개 부문 타이틀을 따내며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이룬 한화 류현진에게 MVP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류현진은 47표, 이대호는 35표를 얻었다. 그 아픔을 잊을 수 없었다. 그는 “4년 전에는 비참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서 퇴장했다. 상 4개를 갖고도 쓸쓸하게 퇴장한 선수는 나밖에 없을 것이다”며 당시의 괴로웠던 심정을 솔직히 토로했다. “홈런이 30개도 안 된다”, “타점이 100개도 안 된다”는 혹평은 그의 가슴에 맺혔다. 그래서인지 그는 “내 마음 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 오기가 바로 누구도 토를 달지 못하는 타격 7관왕을 달성한 밑거름이 된 셈이다.
○사랑하는 아내, 내조의 힘
MVP에 오른 순간, 아내의 얼굴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9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 신혜정 씨다. 주변에서는 “결혼하더니 야구 더 잘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도 동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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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는 “미국에 계신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박영태 수석코치, 양상문 투수코치, 한문연 코치님께도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분들께 받은 건 너무 많은데…,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성적이 났더라면…, 그런데 전화를 못 드리겠더라. 지금 계신 코치님보다 나가신 코치님들께 먼저 감사드리고 싶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이날 8개구단 감독 중 유일하게 시상식장을 찾아 축하해준 양승호 신임감독에게 “새 감독님이 오셨으니까 반드시 우승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절친한 선배이자 타격 경쟁자였던 홍성흔에 대해서는 농담을 섞어가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예전에는 나 혼자만 야구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더라. 성흔이 형이 짐을 많이 덜어줬다. 후배들을 혼내기도 하고 추스르기도 했다. 그런 게 우리가 중간에서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이런 성적을 올린 것도 경쟁자인 홍성흔의 존재가 절대적이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성흔이 형한테 너무 미안하다. 내가 7개 다 먹었다고 하나만 달라고 하더라. 성흔이 형은 3년 연속 타격 2위라는 세계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내년에 4년 연속 2위를 하도록 만들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시안게임 금과 내년 우승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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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