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노래하다!’
한국의 ‘폴 포츠’ 허각 씨(25).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를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던 그가 마지막 승자로 남았다.
23일 오전 1시경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 프로그램에서 수상자로 나선 가수 배철수 씨가 마침내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해 그 동안 출연자들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았던 가수 이승철 씨도 감동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허 씨는 사전 온라인 투표(10%), 심사위원 투표(30%), 시청자 문자 투표(60%)를 합산한 최종 점수에서 988점을 받아 596점을 얻은 존 박 씨(22)를 크게 앞섰다. 이날 방송에서 두 사람은 작곡가 조영수의 신곡과 자유곡 등 2곡을 통해 승부를 겨뤘다.
많이 울어 코끝이 빨개진 허 씨는 “나를 낳아주신 아버지께 감사드리고, 형과 여자친구에게도 똑같이 감사하다”며 “앞으로 천천히 하나하나씩 좋은 노래로 갚아나가겠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존 박 씨에게도 “옆에 있는 이 친구가 노래를 잘 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줬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상금 2억원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묻자 멋쩍게 웃으며 “아직까지 길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아버지, 형과 함께 셋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가 중학교를 중퇴하고 천장 환풍기 고치는 일을 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17살 때부터 집을 나와 혼자 살았다. 학업도 포기하고 틈틈이 이벤트 무대에서 노래했다. 주말에는 인력 사무실을 나가 일을 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을 떠돌다 배운 것이 환풍기 고치는 일이었어요. 그 때는 일이 너무 바빠 노래하는 것을 잠시 접기도 했어요. 일단은 돈을 벌고 살아야 됐기 때문에 그 일을 했던 것뿐입니다. 그 일 때문에 한국의 ‘폴 포츠’로 비춰지는 것은 부담스럽고 안 맞는 것 같아요.(웃음)”
13일 기자와 보컬 아카데미에서 인터뷰한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허 씨는 ‘슈퍼스타K 2’가 끝나면 가장 먼저 집에 가 아버지와 형, 여자친구를 만나고 싶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아버지께 가장 죄송했다고 덧붙였다.
“(제가) 어머니와 계속 연락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버지는 모르세요. 그런데 방송을 보고 아버지가 아셨죠. 오히려 이번 일을 빌어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고 더 깊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는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할 때 외모도 평범하고 삶의 굴곡도 많이 겪었지만 주변을 편안하게 하는 유머와 솔직함, 음악에 대한 열정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단점을 묻는 질문에 “음악을 모르는 것”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남들처럼 악보를 볼 줄도 모르고, 악기를 다룰 수 있는 것도 없어요. 그리고 어려운 음악 용어들 있잖아요. 예를 들면 ‘키가 뭐야’ 이러면 ‘G야, B야, A플랫이야’ 이러는데, 그것을 알아듣기가 힘들었어요. 저는 단지 노래를 듣고 부르는 것밖에 할 줄 몰랐어요.”
비록 2위에 그쳤지만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팬들에게 손을 흔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존 박 씨도 “각이 형이 우승을 하게 돼 너무 기쁘다”며 “우리가 인연이 많았고, 지금까지 서로 도우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존 박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노래를 제일 잘 하는 각이 형이 우승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각이 형이 되면 실력으로 ‘슈퍼스타K 2’ 우승자를 뽑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뒷모습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총 14회로 방송된 ‘슈퍼스타K 2’는 케이블 TV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으로는 사상 최초로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화제 속에 오디션 프로그램 바람을 일으켰다. 이 프로그램에는 134만 명이 오디션에 참가했고 우승자 허 씨에게는 현금 2억 원을 비롯해 자동차 1대와 앨범 제작의 기회가 주어진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노래도 들을만 하고, 서바이벌 재미도 쏠쏠
▲2010년 10월7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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