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안드러나 로비자금 통로티브로드 前팀장 금명 소환… 큐릭스 인수관련 로비 조사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국민주택채권 등 무기명채권으로 관리된 정황을 파악하고 그 규모와 용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무기명채권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지하자금을 끌어내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적용받지 않는 조건으로 대거 발행된 바 있다. 검찰은 무기명채권의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의 실명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현금화할 수 있어 로비자금으로 쓰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차명계좌에 19억 원이 들어 있었다고 폭로한 전 태광그룹 직원 A 씨는 “내 명의로 돼 있던 증권계좌에 들어 있던 돈이 3억, 4억 원 단위로 국민주택1종 채권 같은 것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전 방송통신위원회 과장 신모 씨(46) 등에게 향응 및 성 접대를 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홀딩스의 전 팀장 문모 씨를 곧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는 “회사의 지시로 접대를 한 것인데 억울하게 해고당했다”며 올해 6월 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태광그룹 측이 큐릭스 인수와 관련해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 단서를 찾기 위해서일 뿐 성접대 사건 자체를 재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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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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