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태광, 비자금 일부 무기명채권 매입 정황

입력 | 2010-10-23 03:00:00

실명 안드러나 로비자금 통로
티브로드 前팀장 금명 소환… 큐릭스 인수관련 로비 조사




태광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원곤)는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국민주택채권 등 무기명채권으로 관리된 정황을 파악하고 그 규모와 용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무기명채권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지하자금을 끌어내기 위해 금융실명제를 적용받지 않는 조건으로 대거 발행된 바 있다. 검찰은 무기명채권의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의 실명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현금화할 수 있어 로비자금으로 쓰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차명계좌에 19억 원이 들어 있었다고 폭로한 전 태광그룹 직원 A 씨는 “내 명의로 돼 있던 증권계좌에 들어 있던 돈이 3억, 4억 원 단위로 국민주택1종 채권 같은 것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고 증언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전 방송통신위원회 과장 신모 씨(46) 등에게 향응 및 성 접대를 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태광그룹 계열사 티브로드홀딩스의 전 팀장 문모 씨를 곧 소환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는 “회사의 지시로 접대를 한 것인데 억울하게 해고당했다”며 올해 6월 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태광그룹 측이 큐릭스 인수와 관련해 어떤 로비를 벌였는지 단서를 찾기 위해서일 뿐 성접대 사건 자체를 재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이자 그룹 자금 운용을 총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2)는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에 따른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22일 퇴원하는 등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 역시 검찰 수사 착수 이후 사무실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업무는 계속 보고 있다고 태광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