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한국시리즈 무결점 우승. 그 뒤에는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이자, 그라운드의 지휘관인 박경완이 자리잡고 있었다. 2010년 한국시리즈는 현역 최고 포수로 꼽히는 박경완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스포츠동아DB
이론·경험·실력 겸비 김감독 절대 신임
부상투혼으로 SK 우승 견인 ‘숨은 MVP’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한 박정권은 “박경완 선배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우승의 순간 마운드를 지킨 김광현도 박경완에게 모자를 벗어 예를 갖췄다. 자신의 야구철학이 확고한 김성근 감독조차도 그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이다. 김 감독의 무한권력은 그라운드 안에서 박경완에게 고스란히 이전된다. 그래서 SK 야구의 승리는 곧 그의 승리를 말한다.
○KS 1·2차전 심안을 가진 박경완, ‘주자가 뛰기 전에 미리 안다’
SK 김성근 감독은 우승 직후, “1·2차전에서 상대도루를 5개 중 3개를 잡은 것이 컸다”고 했다. 3·4차전에서 삼성은 뛰는 타이밍조차 잡지 못했다. 쌍방울 시절, 최고의 어깨를 가진 포수로 평가받았지만 이제 그도 내일모레면 마흔이다. 전성기 시절의 송구능력은 아니다. 하지만 전준호 코치는 “박경완은 야구이론(theory)에 해박해 정확히 주자가 뛸 타이밍을 안다”고 했다. 이는 ‘작전이 걸리는 시점’과 ‘주자의 버릇’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요약된다. 견제인지 아닌지에 따라 투수들에게 버릇이 있듯,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주자들은 도루를 할 때 오른발(2루 쪽)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물론 노련한 주자는 이를 역이용해 페이크를 쓰기도 한다. 박경완은 이런 낌새들을 사전에 포착해 정확히 도루상황을 대비한다. 전 코치는 “공을 미트에서 빼는 능력은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는 평도 덧붙였다.
○KS 3차전 ‘역발상 리드’ 최종 타깃은 2루주자였다
○KS 1∼4차전, 시리즈 전체를 지배한 무언의 투혼
박경완은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 때문에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를 결장했다. 올 시즌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달고 살았다. 잠자리를 털고 나면, 한 시간 가량 서서히 오른발을 움직여줘야할 정도였다. 그러나 통증을 참고 그라운드에 섰고, “아시안게임을 출전을 위해 수술을 또 (한 달가량) 미뤘다”고 했다. 절대적 존재의 투혼은 후배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정우람은 손톱이 깨졌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김 감독은 “이게 SK야구”라고 평했다. 그는 전술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지주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