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마침내 ‘스포츠 DNA’를 더하다
그랬던 렉서스가 “운전하는 즐거움을 극한까지 추구할 수 있는 차”라며 고성능 모델 ‘IS-F’를 냈다. 소형급 세단 ‘IS’ 차체에 V8 5.0L 엔진,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물건’과 렉서스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언뜻 잘 연결이 되지 않는다. “렉서스의 DNA를 다 가져가면서 스포츠라는 새로운 분야 DNA를 가미했다”는 나카바야시 히사오(中林尙夫)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서는 ‘뭔가 어중간한 차 아닐까’ 싶은 우려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15일 강원 태백시 태백레이싱파크에서 직접 몰아보고, 전문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차량에 동승해 차의 진짜배기 맛까지 느껴 본 IS-F는 확실히 스포티한 색깔을 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8초, 최고 출력은 423마력, 최대 토크는 51.5kg·m다. AMG와 다른 점이 뭐냐고 묻는다면 뭐랄까, 정교한 아웃복싱으로 26전 26승쯤 거둔 페더급 권투 선수나 군살 없는 무아이타이 챔피언을 대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회사 측은 IS-F의 엔진음이 속도에 따라 3단계로 변한다고 했는데 과연 시속 100∼120km 부근을 지나자 엔진소리가 ‘쌔애액’하는 높은 음으로 변하는 것이 확연히 느껴진다. 날카로우면서도 신경질적이지 않아 후련한 소리다. 전문 레이서가 시속 100km를 넘은 상태에서 슬라럼 구간을 통과하는데도 미끄러지거나 흔들릴 기색도 없이 가야 할 길을 정해진 자세로 달리는 서스펜션은 그저 감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지난달 한국에서 판매 개시한 IS-F의 가격은 8800만 원. 일본 판매가격보다 오히려 낮아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 IS250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은 외부 디자인은 다소 아쉽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