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 비극의 현장, 100년만에 되살리다
남한산성 행궁 복원사업이 착공 10년 만에 마무리됐다. 사진 속 가운데 큰 기와건물(외행전)과 앞쪽이 이번에 복원된 하궐이고, 뒤쪽이 상궐이다. 오른쪽 위에 있는 건물들이 종묘를 모신 좌전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10년간 203억 원 투입
1623년 광해군이 폐위된 뒤 왕위에 오른 인조는 유사시 왕실 피난처를 마련하기로 한다. 바로 남한산성이다. 인조는 1624년 산성 축조를 시작했고 이듬해 행궁이 완공됐다. 인조는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군대에 맞서 47일간 이곳에서 버티다 결국 삼전도에서 항복했다. 이후 19세기 말에는 의병항쟁의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07년 결국 일제에 의해 행궁 등 대부분의 문화유산이 완전히 파괴됐다.
복원된 행궁의 각 건물에는 경보기능을 갖춘 첨단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평소에는 그냥 밝은 조명을 비추다가 불이 나거나 외부인이 침입하면 붉은 조명이 깜빡이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직원뿐 아니라 주변 마을 주민과 상인들로 이뤄진 감시대원들이 즉각 출동하게 된다.
○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청신호’
올 1월 남한산성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정식 등재를 위한 자격을 갖춘 것이다. 이번 복원도 유네스코 기준을 철저히 따랐다. 고문헌과 옛 사진 등의 자료를 철저히 검증해 설계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원래 석재를 수습해 하나씩 위치를 확인한 뒤 재사용했다. 실제로 행궁 정문인 한남루 기둥 등 색이 어둡거나 모서리가 둥근 석재는 대부분 축조 당시에 쓰인 것들이다.
준공식은 24일 오전 10시 한남루에서 진행된다. 제막식과 입궁식 등이 전통양식에 맞춰 열린다. 복원과정 전시와 산성 주민들의 축하행사도 펼쳐질 예정이다. 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은 행궁 복원에 맞춰 임시로 행궁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식 개방은 단청공사와 안내시설물 설치 등이 끝나는 내년 하반기(7∼12월)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촬영=김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