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商기업 최초 코스피 상장하는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
베트남에서 두 번의 실패를 딛고 라오스의 ‘국민기업’을 일궈낸 코라오그룹 오세영 회장. 하임숙 기자
한상(韓商)기업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게 된 라오스의 ‘국민기업’ 코라오그룹을 일으킨 오세영 회장(49)의 이야기다. 한국 증시로 외국기업과 함께 한상기업들이 앞다퉈 몰려들면서 몇몇 한상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지만 코라오는 한 차례 떨어지면서도 유가증권시장을 고수했고 다음 달 공모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재무제표가 워낙 좋았다”며 상장을 허가해준 이유를 설명했다. 19일부터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한상대회에 참가하려 방한한 오 회장을 만났다.
오 회장은 유가증권시장을 고집한 이유에 대해 “개발도상국에서 성공한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상기업인들은 대부분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을 일궜고 문턱이 낮은 코스닥시장을 두드리기 쉽지만 자신은 큰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싶었다는 것.
1996년 베트남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에 가입했고 중고자동차, 중고장비의 연식을 제한하거나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오 회장은 오랜 기간 다져둔 자신의 인맥만을 믿다가 결국 1997년 초 회사 문을 닫고 말았다. 8개월간 술로 세월을 보내며 세상을 원망했고 한때 자살까지 생각했던 오 회장은 차츰 자신의 잘못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업가라면 변화를 파악해서 대처하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은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했다. 하찮아 보였던 이웃나라 라오스로 건너가 길바닥에서 2주간 시장조사를 했다. 길거리에 일본차가 서서히 등장한 시기였다. 라오스의 교통시스템이 한국과 같다는 점에 착안해 중고 한국차를 들여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누나에게 손을 벌려 중고차 5대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고차 개조 사업을 시작했다. 중고차 부품을 들여와 현지에서 중고차를 제조하는 사업이었다. 현지의 중고차 개조 공장을 헐값에 인수한 게 사업 확장의 기반이 됐다. 정부의 관세 혜택을 얻으니 가격 경쟁력까지 생겼다. 자동차 전시장을 짓기 위한 건설회사(아이테크), 물류를 위한 물류회사(글로비아) 등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계열사는 6개로 늘었고 지난해는 자동차 할부금융을 주로 하는 은행까지 만들어 그룹은 연간 1억6000만 달러의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라오스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싱가포르나 세계 일류인 미국을 택하지 않은 이유를 “한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코라오도 증시를 통해 양질의 자본을 공급받게 되지만 한국 증시 투자자들도 세계 각국의 알짜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니 일석이조”라는 게 오 회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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