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국도 그동안 두뇌한국21(BK21) 사업, 지방대 혁신역량 강화(NURI) 사업,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 대학 교육역량 강화 사업 등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그 규모가 중국이나 싱가포르에 크게 미치지 못한 데다 이러한 사업이 한시적인 특별사업의 형태였기 때문에 입안과 집행이 임기응변적이고 주먹구구식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어떤 정책이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한데 한국의 대학 지원 정책은 선행 연구가 부족했다. 세계적 명문대의 핵심 요소가 무엇이고 이러한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먼저 파악하고 이에 맞춰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연구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임시위원회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사업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이렇게 된 것은 대학의 육성과 지원에 대한 정부의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자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84%로, 대학 교육은 이미 대중교육이 됐는데도 정부에서는 아직도 대학이 소수를 위한 엘리트 교육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초중등 교육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정부 출연 연구·평가기관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대학 교육과 연구의 질 향상을 전담하는 정부의 기관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대학 평가도 전문성을 가진 공적 기관이 없어 언론기관에서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대학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언론기관마다 평가 기준이 들쑥날쑥해 대학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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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대규모 사업에 대해 체계적이고 철저한 사전 분석 없이 단순히 임시위원회나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사업 내용을 결정하게 되면 비효율적 요소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마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국가별 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고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우리나라도 대학 지원의 틀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진지하게 연구해 실질적인 정책에 반영해야 국제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