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초기 조마조마한데 “왜 노약자석에…” 눈칫밥
누가 ‘프리맘’인지 맞힐 수 있나요? 임신 1∼3개월 된 초기 임신부는 쉽게 알아보기 힘들어 사회적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초기 임신부 2명과 여대생 3명이 함께 찍은 사진에서 누가 임신부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왼쪽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가 아이를 가진 초기 임신부다. 사진 제공 프리맘배려운동본부
은행원 박호윤(가명·29) 씨는 ‘프리맘(Pre-mom·예비엄마)’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회사에는 차마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것도 박 씨가 망설인 이유 중 하나였다. 배가 부를 때까지 기다리려던 박 씨의 계획과 달리 아기는 결국 2주일 만에 엄마 배 속을 떠났다. 박 씨는 “늘 앉아 있는 데다 실적 스트레스가 있는 업무 특성 때문인지 주변에 유산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매년 늘어나는 유산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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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자연유산율은 2007년 19.6%, 2008년 20.1%, 지난해 20.3%로 증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유산으로 사망한 태아는 2007년 10만1898명으로 처음 10만 명을 넘은 이후 2008년 10만3662명, 지난해 10만35명으로 3년째 10만 명을 웃돌고 있다. 국내의 자연유산율은 스웨덴 12%(2007년), 영국 16%(2002년) 등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은 “임신부들의 자연유산율 증가는 저출산 시대에 인구 성장 잠재력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연유산의 80%는 초기 임신 단계인 임신 3개월 이내에 발생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첫아이를 낳기 전 자연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유산을 경험하지 않은 여성보다 평균 출생아 수가 15% 적은 것으로 나타나 초기 임신부들에 대한 배려가 시급한 상황이다. 박문일 한양대 의학전문대학원장은 “사회적 배려와 정책을 통해 유산율이 낮아지면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임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신 12주 이내 임신부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사회적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초기 임신부에 대한 배려 시급
보건복지부가 10일 발표한 임신부 보호 엠블럼. 임신 초기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아이를 가진 엄마라는 당당한 모습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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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맘 엠블럼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 “초기임신휴가 도입땐 출산율 크게 늘 것” ▼
현행법 산전-산후로 휴가 못 나눠써 출산율 1% 늘면 산전휴가 비용 상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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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상 현행 산전후 휴가는 90일이다. 산전과 산후 휴가를 나눠 쓸 수 없으며 45일 이상은 산후에 쓰도록 돼 있다. 하지만 출산 후 육아 등을 고려해 휴가를 출산 뒤에 몰아서 쓰고 있는 임산부가 많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대안으로 출산휴가를 산전과 산후로 나눠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산전과 산후 휴가 분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도 산전 임신부를 배려하기 위한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과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각각 산전후 휴가를 120일, 150일로 연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산전휴가를 조금 늘리더라도 초기 유산을 줄여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면 국가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산전후 휴가에 지급된 고용보험급여는 1785억 원. 산전후 휴가 일수를 현행 90일에서 OECD 평균인 18주에 맞춰 30일 늘리고 이 기간을 임신 초기에 쓸 수 있도록 하면 연간 595억 원가량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보건복지부 연구용역보고서인 ‘출산율이 일자리 창출과 생산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출산 증가율이 5% 증가할 때 연간 33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산전휴가를 30일 늘리더라도 출산 증가율이 1%만 늘어나면 66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생겨 산전휴가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계산이다.
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황용현 홍보팀장은 “임산부를 과중한 업무나 시간외근로에서 제외하는 등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새로운 휴가를 도입하는 것보다 기존 연차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낫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임신부 6명 중 1명 음주
▲2010년 8월4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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