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성공할 순 없다, 우선순위를 짜라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진 현대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환상일 수 있다. 차라리 일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요소 중 중요한 몇 가지를 선택해 자원을 집중하는 일과 삶의 ‘전략적인 불균형’을 꾀하는 게 현명하다. DBR 그래픽
현대 사회에서 일과 삶의 균형은 어쩌면 환상일지도 모른다. 창조성과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지식 사회지만 정작 일상은 디지털 기기에 얽혀 있다. 퇴근 후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e메일을 확인해야 할 때도 있다. 개인적 차원의 시간 관리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되찾으라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만족스러운 균형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7호(10월 15일 발행)는 일과 삶의 불균형을 행복의 기반으로 삼기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지식사회에서 무너지는 일과 삶의 경계
인사 컨설팅사 휴잇어소시엇츠의 조사 결과 국내 기업 근로자들은 업무 말고도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았다. 일 이외의 분야에 심리적 에너지가 많이 분산된 상태를 ‘엔트로피(복잡도)가 높다’고 한다. 한국에서 최고의 직장으로 선정된 상위 10개 기업의 엔트로피는 평균 12%로 아시아 최고의 직장 평균치(6%)의 두 배나 된다. 이는 아시아 직장의 평균(13%)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엔트로피가 높으면 직원들의 정신적인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된다. 따라서 귀가할 즈음에 녹초가 되고 주말에는 과부하에 걸린 두뇌를 쉬게 하느라 가정사에 소홀한 게으른 가장이 되고 만다.
○행복을 추구한다면 균형이 아니라 선택이 해법
일과 삶의 불균형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다시 발레리나 강수진 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그는 발레리나로서의 성공, 아름다운 외모(발), 개인의 여가 등 상호 병립하기 어려운 조건 속에서 삶의 몇 가지 요소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바란다. 그 행복은 일과 삶의 어설픈 균형에서 오지 않는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다보면 자칫 ‘평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여러 분야에서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탁월함을 추구하는 사람은 일과 삶의 전략적 불균형을 선택한다.
최고의 만족을 추구하는 일과 삶의 전략적 선택, 즉 일과 삶의 선택(Work and Life Choice)이라는 개념은 흔히 일과 삶 중에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된다. 일은 한 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만 삶은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다. 건강, 재정적인 안정, 인간관계의 회복, 개인의 지적 성장 등 삶은 여러 요소로 이뤄진다. 따라서 일과 삶의 선택은 일과 개인의 삶 중 딱 한 가지만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일을 포함한 다양한 삶의 요소 중 우선순위가 높은 몇 가지를 선택해 자신의 자원을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과 집중은 전략적 사고의 기본이다.
이제는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근무지와 거주지가 분리됐고, 이 분리가 확실할수록 개인생활이 보호받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근무 공간과 개인 공간이 아닌 ‘제3의 공간’이 등장하면서 물리적 장소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무장한 지식노동자가 공적 업무와 사적 업무를 넘나들며 자신의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멀티태스킹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카페에서 업무 회의를 하고, 사무실에서 친구의 미니홈피를 검색하며,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상사에게 e메일을 보낸다. 이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은 공간의 분리가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를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일과 삶의 균형은 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환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직원들이 스스로의 우선순위에 따라 업무와 개인사를 선택적으로 처리해 삶의 만족을 얻게 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결국 일과 삶의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쁜 일상에도 만족을 느끼는 직원과 하는 일 없이 바쁜 직원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기업은 직원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배려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 yskim@ig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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