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마켓 투데이]배당주 들고 한발짝씩 걷는 느림의 투자 미학

입력 | 2010-10-13 03:00:00


최근 삼각산(북한산) 둘레길이 열렸다. 내년에는 도봉산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가 개통된다는 소식도 있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 주변을 따라 한 바퀴 걷는 길을 만든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수년 전 제주 올레길을 시발로 전국에 둘레길이나 올레길이 대유행인 것. 심지어 조선시대 조상님들이 봇짐 메고 걸었던 옛길을 복원해 ‘걷는 길’로 만드는 지방도 있다. 또 4대강에도 강변을 따라 걷는 길과 자전거전용도로를 건설한다니, 4대강 개발에 대한 찬반을 떠나 마음만 먹으면 전국 어디에서나 유유히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 이치란 것이 너무 빠르다 보니 ‘느림의 미학’이 다시 각광받는가 보다.

그렇다면 이처럼 트레킹을 나설 때 사람들은 어떤 신발을 선택할까. 신사화나 하이힐을 신겠다는 사람은 없다. 멋지긴 하지만 조금만 걸어도 발이 아프거나 불편하기 때문이다. 신사화나 하이힐은 따지고 보면 카펫 위나 잘 포장된 보도용이지 결코 험한 산길이나 울퉁불퉁한 흙길을 걷을 수 있게끔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런 길에는 등산화나 트레킹화가 제격이다. 그래야 편하고 오래 걷는다.

사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산행보다 더 험하고 긴 여정을 가야 하는 재테크에 있어서는 등산화나 트레킹화 같은 펀드나 금융상품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는다. 단기에 화려한 수익률로 인기몰이한 상품은 마치 최신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신사화나 하이힐과 비슷하다. 멋있지만 오래갈 수 있는 동반자로는 불안하다. 상식이지만 당대의 ‘아이돌’처럼 명성을 떨쳤던 펀드나 금융상품은 언제나 유행이 지나면 고객들의 불만과 원성 속에 사라졌다.

금융위기 폭락장에서 선방했던 가치주와 배당주는 위기 이후 폭등장에서 잠시 잊혀졌다. 사실 V자 경기회복 국면에서 수출을 위주로 한 대형 성장주가 앞장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 3년차, 경제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복귀하면서 전통적인 가치(배당)주가 다시 뒷심을 발휘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더구나 환율이 빠르게 절상되고 있어 수출 위주 성장기업들의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3년 국채수익률이 3%대 이하로 폭락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4∼5%의 실질배당을 해주는 주식의 경쟁력이 재조명 받을 수밖에 없다.

종합지수가 1,900을 넘어서고 채권수익률이 사상 최저치에 접근하고 있다. 이제 단기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전략은 무리가 따른다. 지금부터는 한 점 한 점을 보태는 이른바 ‘재산 형성 저축성’ 재테크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신발로 비유하면 날렵한 신사화가 아니라 등산화를 신어야 한다는 얘기다. 마침 산행의 계절이다. 또 배당주의 계절이기도 하다. 산행과 배당주가 아무래도 많이 닮은 것 같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