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남 양산에 위치한 CJ제일제당㈜ 양산공장 관계자들은 인터넷에서 지속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밀가루와 관련한 괴담들에 어이없어했다. 한국제분협회 주관으로 이뤄진 이날 밀가루 공장 공개 행사는 이례적인 일이다. 협회 측은 “밀가루 소비 촉진 목적도 있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등에서 떠도는 밀가루 안전성에 관한 루머가 도를 넘어서 창립 55년 만에 협회 차원에서 회원사 공장 공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밀가루 괴담은 꾸준하고 다양하게 인터넷에 등장한다. 이 공장 신대섭 공장장은 “원맥의 선적, 하역 과정에 분진이 날리는 사진을 두고 ‘운송 과정에서 부패나 변질을 막으려고 방부제나 살충제를 넣는 모습’이라는 주장이 인터넷 등에서 떠돌아 소비자를 불안케 한다”고 했다. 신 공장장에 따르면 밀은 다른 곡물에 비해 수분 함량이 낮고, 주요 수입국인 미국산과 호주산의 경우 배로 운송해도 운송 기간이 최대 15일 안팎에 불과해 부패나 변질 우려가 낮다. 따라서 방부제나 살충제를 넣을 필요가 없는 대표적 곡물이다. 만약 방부제나 농약을 섞은 원맥이 들어와도 국내 검역 당국이 이를 사용하도록 통과시킬 리 없다. 하지만 컴퓨터 뒤에 숨어서 루머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는 이들에겐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자신들의 믿음 체계를 방해하는 요소로 치부돼 쉽게 무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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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찰 수사에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인기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의혹 제기에서 보듯 인터넷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생산, 유포되는 루머나 괴담은 개인은 물론 특정 산업에도 커다란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런 피해는 우리 사회가 짊어질 사회적 비용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우리는 2년 전에도 ‘미국산 쇠고기 괴담’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우정렬 산업부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