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마다 워킹화-러닝화-트레킹화 앞다퉈 생산
부산 신발 제조업체인 보림산업의 최석열 상무(왼쪽)와 코오롱 헤드 브랜드 한승범 신발기획팀장이 신제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최근 첨단화와 레저화 바람이 불면서 기술 경쟁력을 갖춘 부산 지역 신발 산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부산=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보림산업은 코오롱 스포츠 ‘헤드’ 브랜드와 아식스 브랜드의 신발을 생산해 납품하는 협력업체다. 연평균 1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소 협력업체지만 올해는 매출이 150억 원 정도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워킹화와 러닝화 등 고기능성 신발을 중심으로 주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최 상무는 “신발 공장이 밀집된 사상공단의 다른 신발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며 “신발 덕분에 이 지역 경기가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1960년대 이후 전통적으로 스포츠화, 레저화를 만드는 공장이 모여 있는 ‘신발 산업의 메카’다. 부산에 본사를 둔 크고 작은 제조업체만 230여 개다. 도소매업체는 1300여 개나 된다. 나이키 아디다스 프로스펙스 리복 등 주요 스포츠화 브랜드 제품의 상당수가 부산에서 생산된다. 르까프 케이스위스 트렉스타 린 등 부산에 본사를 둔 브랜드도 많다.
8월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해 발표한 부산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 4분기(10∼12월) 전망에서 신발은 140을 기록해 전기·전자 업종(147)에 이어 높은 기대치를 나타냈다. BSI는 100을 넘으면 실적 전망이 밝음을 의미한다.
○ 협력업체도 ‘기술력’ 있어야 생존
부산의 신발공장은 한동안 ‘불황’을 몰랐지만 중국 베트남 등이 낮은 인건비로 치고 올라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침체기에 들어섰다가 외환위기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권창오 소장은 “살아남아 현재 영업하는 기업들은 생산 기술과 품질 관리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이라며 “최근 중국의 제작 단가가 올라가고 품질 수준이 국내 생산 제품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신발 산업이 다시 부산으로 유턴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재단 수준의 기본 작업만 하면 한국에서 재가공해 완제품을 내놓는 식이다.
신발은 산업 특성상 협력업체라고 해도 기술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원청 브랜드가 개발한 ‘콘셉트’를 완벽하게 대량 생산으로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첨단 기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경향은 더 심해졌다. 이 때문에 최근 신발산업진흥센터 조사 결과 부산지역 신발업체의 69%가 ‘첨단 기능 신발’의 제조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