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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 대일외고 2학년 정유진 양이 만난 G20의 ‘입’ 손지애 준비위 대변인

입력 | 2010-10-12 03:00:00

“훌륭한 기자가 되려면? 독서… 독서… 상상력을 키우세요”
뉴욕타임스 특파원… CNN서울지국장… 외신기자로 숨가쁘게 발로 뛴 15년
“난 어떤 일을…” 청소년때 늘 고민… “어렵게 얻은 것이야말로 값진 것”




손지애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오른쪽)은 언론계 진출을 꿈꾸는 서울 대일외고 2학년 정유진 양에게 ”어렵게 얻은 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다음달 11, 12일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주요 20개 나라의 정상이 모여 세계경제 이슈를 논의하는 G20 정상회의.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결정됐을 때 온 나라는 들떴다. G20 중 선진국이 아닌 신흥경제국으로서 회의를 여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였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짜도 한 주 미뤄질 만큼 중차대한 이 국가적 행사에서 외국언론과 기자들을 담당하는 주인공은 바로 손지애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대변인(47)이다. 지난 15년간의 외신기자 경력을 인정받아 그는 지금의 자리에 섰다. 여기, 기자를 꿈꾸는 한 명이 여학생이 있다. 서울 대일외고 2학년 정유진 양(17).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있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정 양은 ‘미래의 선배’인 손 대변인을 만났다. G20 정상회의 대변인으로서의 현재와 기자로서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흘러나왔다.》
정 양은 “G20 정상회의가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내용들이 논의되는지 궁금하다”고 첫 질문을 던졌다. 손 대변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G20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해 가장 영향력 있는 20개국을 뜻해요. G20 정상회의는 세계 경제위기를 겪은 각국 정상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며 모인 게 시초가 됐어요. 이제는 경제위기를 예방할 정책공조가 목표지요. 아시아국가, 개발도상국,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처음으로 우리나라가 개최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대한민국의 위상과 대외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 손 대변인은 그 기회의 핵심열쇠를 쥐고 있다. 손 대변인의 역할은 간단히 말하면 G20 정상회의의 중요성이나 목표 등에 관한 이야기를 외신기자들과 일반인에게 설명하는 일이다. 11월이면 전 세계에서 몰려들 기자들의 펜과 카메라 앞에서 손 대변인은 우리나라와 G20 정상회의를 알리는 ‘입’이 되는 것이다.

“대변인을 맡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고 정 양이 묻자 손 대변인은 “오랫동안 외신기자로 일하던 중 올해 2월 대변인 제의가 들어왔다”고 답했다. 그는 1985년 기자로 언론계에 뛰어든 뒤 미국 뉴욕타임스 특파원, 미국 CNN 방송 서울지국장, 서울 외신기자클럽협회장 등을 지냈다. 15년을 외신기자로 지내면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외국 언론의 눈이 항상 남한보다는 북한에 집중된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던 참이었다. 마침 대변인 제의가 들어와 우리나라의 발전된 정치, 경제, 문화를 세계에 최대한 알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CNN 서울지국장이 되신 건 어떤 계기였는지요? 외신기자라는 말이 좀 생소하기도 하고요.”

나중에 언론계통에서 일하고 싶은 정 양은 기자 일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손 대변인은 “국내 언론은 우리나라 국민들을 향해 이야기한다면, CNN 같은 외신은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며 운을 뗐다.

“제가 취재한 한반도 뉴스가 CNN을 통해 세계에 방송되는 거죠. 1994년 당시 저는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었는데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어요. 전 세계적 뉴스였는데 CNN은 서울 지국이 없어 취재가 어려웠어요. 그때 CNN이 뉴욕타임스 특파원으로 일하던 저를 발견하고 취재를 맡겼어요. 그것을 계기로 서울지국을 열게 됐고 올해 초까지 15년간 지국장으로 일했습니다.”

기자로 살면서 화려한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시간에 쫓겨 구체적으로 취재를 하지 못해 아쉬울 때도 많았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터졌을 때, 건물더미에 묻힌 사람들의 구조장면을 보도했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생생하다. 참사 속에서도 끝까지 피해자를 구해내는 감동적인 장면을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

“원래 고등학교 때부터 기자가 꿈이셨나요?”(정 양) “아니요. 사회정의에 관심이 조금 많을 뿐이었지요.”(손 대변인)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졸업 때까지는 스스로를 탐구하는 시간을 보냈다. 초등 2∼6학년을 미국에서 살다온 뒤 영어를 잊지 않으려고 영자신문반, 영어웅변대회 등 여러 활동을 했다. 한때는 번역가가 될까도 생각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맞는지 고민하는 나날이었다. 정 양이 “지금 기자를 꿈꾸는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학창시절을 보내야 하느냐”고 물었다.

손 대변인은 먼저 “요즘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바쁜지 잘 안다”며 웃었다. 자신이 이미 세 딸의 엄마이기에 그랬다. 공부하기도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준비까지 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기자는 전문가에게 들은 지식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전달해줄 정도의 지식수준을 갖춰야 한다”면서 “짬이 난다면 낭만적인 로맨스소설이든 재미있는 역사소설이든 책을 읽으며 상상력을 키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손 대변인의 책상 옆 화이트보드에는 러시아어로 인사말이 쓰여 있었다. 외고에 다니는 정 양이 “무엇이냐”고 묻자 “외신기자들에게 그 나라 언어로 인사를 건네려고 한 나라씩 외우는 중”이라고 했다. 어떻게 해야 주어진 임무를 최대한 잘 해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정상회의가 끝난 뒤에는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으로 일하기로 내정돼 있다고 한다.

“쉽게 얻은 건 쉽게 잃고, 어렵게 얻은 건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등학생 여러분도 지금의 공부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꼭 생각해보고, 의미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끝까지 노력하세요. 11월에 있는 큰 국가적 행사들, G20 정상회의와 수능 모두 잘 치러지길! 파이팅!”

장재원 기자 jjw@donga.com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했어요”▼


사실 인터뷰 전엔 많이 떨렸어요. CNN 전 서울지국장이라는 경력이 정말 대단해 보이기도 했지만, 미리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서 사진으로 본 손지애 대변인의 얼굴은 조금 무서워 보이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대변인을 만난 뒤 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손 대변인은 엄마같이 포근하기도 했고, 큰 키만큼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요.

저는 손 대변인을 만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을 가슴 한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손 대변인이 제게 “고등학생에게 G20 정상회의를 잘 홍보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라고 질문하셨을 땐 그 진지함이 와 닿아서 감동하고 말았어요. 저는 “제2외국어가 가능한 고등학생들에게 자원봉사 기회를 주면 좋을 것 같다”고 대답했는데, 정상회의 기간과 학교 시험기간이 겹치는 문제가 있어 아쉽더라고요.

인터뷰 당시 G20 정상회의를 앞둔 심정이 마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같다던 손 대변인. 대변인실 한쪽 벽면은 2월부터 11월까지의 일정표로 꽉 채워져 있었는데요.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손 대변인은 무척이나 바쁘시겠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저는 마치 진짜 기자가 된 듯한 기분에 가슴이 두근거렸답니다. 저도 언젠가는 손 대변인처럼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기자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정유진 서울 대일외고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