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원종선.
삼성 원종선(29·사진) 씨는 불펜 포수만 8년째입니다. 물론 한 때 야구선수였습니다. 원주고 시절까지 외야수를 맡았고, 고교 선배인 안병원·조경택을 우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2년제 대학을 졸업하던 2002년까지 결국 지명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 때 들어온 제안. “현대에 포수로 테스트를 한 번 받아봐라.” 하지만 포수 미트를 껴본 지는 불과 1년 남짓. 결국 현대에서는 그에게 ‘포수’가 아닌 ‘불펜 포수’를 제안합니다.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3년을 현대에서 일하다, 2005년에 훌쩍 호주로 떠났습니다. “야구가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1년간 워킹 홀리데이를 경험하면서, 비록 고생은 했지만 많은 걸 배웠죠.” 그러나 역시 천직이었나 봅니다.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당시 삼성에 있던 박흥식 코치가 그를 불렀습니다. 선배 진갑용도 “얼른 오라”고 부추겼고요. 성실하고 좋은 불펜 포수라고, 그새 입소문이 난 겁니다. 그 이후 다시 5년이 흘렀습니다.
사실 불펜 포수는 꾸준히 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직은 ‘훈련 보조’ 개념이니 더 그렇습니다. 8년차 원 씨의 연봉은 아직 3000만원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이렇게 불펜 포수를 오래 하는 사람도 드물다는 걸 알아요. 일본은 직업적으로 활성화 돼있는데 한국은 아직 어엿한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니까…. 우리나라도 빨리 일본처럼 됐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네요.”
그래도 그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저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보람을 나누기 위해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마냥 사람 좋게 웃던 그의 얼굴이 잠시 진지해졌습니다. “전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거예요. 그리고 그 생에는 꼭, 선수로 뛰고 있었으면 좋겠어요.”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