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명 고용 창출-GDP 5.6% 증가 기대
브뤼셀 EU 본부서 서명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유럽연합(EU)의 스테번 파나케러 벨기에(EU 의장국) 외교장관이 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이사회 본부에서 한-EU FTA에 정식 서명하고 있다. 브뤼셀=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인구 5억 명의 EU 시장이 열린 만큼 한국산 가전제품은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EU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지만 의약품이나 화장품처럼 유럽산 제품이 기술 우위를 가진 분야에서는 국내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 세계 최대 시장 문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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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무엇보다 수출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3.5%)보다 높은 EU의 관세율(5.6%)이 사라지면 그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업체들이 대(對)EU 수출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재 한국의 수출 주력품인 자동차는 관세율이 10%, TV는 14%, 섬유와 신발의 관세율은 최고 12∼17%에 이른다. 특히 한국보다 먼저 EU와 FTA 협상을 추진한 일본에 앞서 EU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은 비관세 무역장벽이 높아 EU와 FTA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여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원장은 “수출 증대 효과로 한국의 실질 GDP는 2020년까지 최대 5.6% 늘어나고 25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며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EU와 FTA를 체결한 ‘선점 효과’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 한국 산업계 영향은?
한-EU FTA를 가장 반기는 곳은 자동차업계다. 자동차업계는 “자동차산업만 놓고 볼 때 연간 약 2000만 대를 생산하고 승용차가 매년 1500만 대가량 팔리는 EU와의 FTA가 미칠 파장은 미국과의 FTA를 능가할 것”이라는 분석 아래 관세 인하 이익을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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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의약품과 화장품, 정밀화학, 정밀기계 분야는 월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유럽 제품의 공세로 국내 시장의 잠식이 예상된다.
하지만 농수산물 분야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분유, 치즈 등 품질 경쟁력이 뛰어난 일부 EU 가공농산품 수입은 늘겠지만 다른 농수산물은 미국이나 중국산과 비교했을 때 수입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 한-EU FTA에 따른 관세 철폐 대상에서 쌀은 제외됐고 고추, 마늘, 양파, 대두, 보리, 감자, 인삼, 제주산 감귤, 흑설탕 등 9개 민감품목도 현행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
○ 유럽산 농축산물 가격 크게 낮아질 듯
한-EU FTA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5%의 관세가 매겨지고 있는 EU산 돼지고기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이 경우 국내산 대비 86.6%인 EU산 돼지고기 가격이 72.1%로 낮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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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 자동차시장에서는 유럽산 자동차의 소비자가격이 7.4%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390만 원인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는 약 250만 원, 6790만 원인 BMW ‘528’이나 6970만 원인 메르세데스벤츠 ‘E300’은 500만 원 정도 싸진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수입자동차 업계는 딜러의 마진폭과 국내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소비자 가격인하폭은 5%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명품 의류와 화장품, 구두, 핸드백의 가격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관세 철폐에 따른 단순 가격 인하 예상 폭은 의류가 8∼13%, 구두는 13%, 화장품과 핸드백은 8% 정도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EU 제품은 의약품에서부터 명품 의류까지 한국 시장 저변에 넓게 분포돼 있는 데다 관세율도 높았던 만큼 한-EU FTA가 한국 가계의 소비와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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