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수확 못할바엔 태워버릴 것”
3일 오후 충남 서산시 부석면 AB방조제 인근 농지. 이종선 AB지구경작인연합회장(왼 쪽)이 백수현상으로 쭉정이가 된 벼를 보여주고 있다. 뒤편 들녘의 벼는 모두 백수현상 으로 수확이 어려운 형편이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차라리 불태우고 싶다”
4일 충남도에 따르면 곤파스 때문에 백수현상 피해를 본 농지는 1만5372ha(약 4650만 평). 이 가운데 1만 ha에 이르는 AB지구는 피해액이 5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산시 관계자는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피해를 적게 봤지만 미곡처리장들이 미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며 수매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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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루사 때 수준으론 보상해야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달 28일 서산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백수현상 피해농가에 파종비 지급 기준으로 ha당 110만 원을 지급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민들은 이 액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ha당 수입이 1000만 원가량이지만 현재 수확할 것이 사실상 거의 없는 상황에서 피해액의 10%를 보상하겠다면 차라리 거부하는 게 낫다”며 “임차농이 50%를 넘는 점을 감안해 임대료인 ha당 300만 원은 지급해야 영농을 재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산시는 “2002년 태풍 루사 피해 당시 정부가 일부 규정을 고쳐 ha당 300만 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한 선례가 있다”며 “이런 건의를 해보았지만 정부에서 아무런 응답이 없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상급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무관심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이 크다. 세계대백제전은 수시로 방문하는 안 지사가 곤파스 피해 초기에 재해현장을 한 번 다녀갔을 뿐 백수현상이 나타난 이후에는 거의 찾지 않는다는 것. 피해지역 농민들은 “안 지사뿐만 아니라 지역 국회의원들조차 피해 지역에 나타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피해 복구와 보상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산=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