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전 백제왕의 넋, 고국서 한풀이
백제 왕족의 영혼을 기리는 일본 미야자키 현 난고 촌의 축제 시와스마쓰리에 참가한 지역 주민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 축제는 히키 신사에 있는 아들 복지왕의 영혼이 미카도 신사에 있는 아버지 정가왕의 영혼을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은 것으로 1300년 넘게 전승되고 있다. 사진 제공 미야자키 난고촌사무소
난고 촌의 백제왕 전설은 미야자키로 망명한 백제 왕족 부자(아버지 정가왕과 아들 복지왕)의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 660년 나당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멸망하자 왕족들은 규슈(九州)로 망명했다. 도중에 폭풍우를 만나 미야자키 해안에 표착하면서 이들 부자는 서로 떨어져야 했다. 당시 규슈 지역 정변(政變) 와중에 이들 부자는 정적(政敵)과 맞서 싸우다 모두 세상을 떠났다.
난고 촌 일대엔 이들의 무덤 등 관련 유적과 유물이 전해오며 이들의 영혼을 모신 신사와 백제 마을도 있다. 시와스마쓰리는 히키(比木) 신사에 있는 아들 복지왕의 영혼이 미카도(神門) 신사에 있는 아버지 정가왕의 영혼을 만나러 가고 다시 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종교적 제사 의식이자 마을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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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스마쓰리에서 아들 복지왕의 혼백을 맞이하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놓는 ‘무카에비’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한일축제한마당 공연에서는 난고 촌 백제마을 주민 40여 명과 한국의 자원봉사자들이 참가해 시와스마쓰리의 핵심 장면을 추려 소개할 예정이다. ‘백제왕은 어디서 왔을까’의 저자로 서울 공연의 내레이션 대본을 쓴 미나미 구니카즈(南邦和) 씨는 “며칠 걸려 아들이 찾아와 아버지를 만나고 다시 안타깝게 헤어지는 구성을 보면 심리적 요소가 매우 강하고 동시에 연극적”이라고 말했다.
미사토=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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