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권부 軍에 김정은 입지 마련… ‘先軍정치 지속’ 메시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대표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 3남 김정은 등 6명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 고위 인사를 단행한 것은 김정은에게 자신이 구축한 선군(先軍)체제의 후계자라는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 노동당 조직의 재건에 앞서 군부에 힘을 실어 주고 군부가 김정은의 지지 그룹이 되어 달라는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 김정은을 선군 지도자로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내정된 1970년대 당시에는 노동당이 국가의 중심이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자신의 후계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당을 기반으로 하는 영도체계를 먼저 확립해야 했다. 그는 당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1964년 당 조직지도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1974년 당 중앙위 정치위원, 1980년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그가 군 관련 공직을 얻은 것은 1990년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 될 때가 처음이었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김정은에겐 선군 영도체제 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선군정치의 지도자로서 정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선군 업적을 마련하고 △군내에 후계자 조직공간을 마련하며 △군 엘리트를 중용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에게 대장 칭호를 부여한 것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지속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군을 중심으로 2012년 강성대국을 완성하고 사회주의혁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앞으로 당내 군 정책지도기관인 당 중앙군사위원회 또는 국가 최고 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요직을 맡고 궁극적으로는 인민군 총사령관에 취임해 군권을 넘겨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7세에 불과한 김정은의 나이 등을 고려할 때 고령 인사들이 버티고 있는 국방위보다는 당 중앙군사위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당 인사들의 군 지휘부 진입 의미는?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남한의 합참의장 격)이 인민군 차수로 승진했고 올해 4월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보위부 내 2인자인 류경 보위부 부부장이 상장으로 승진한 것은 체제유지 기관인 군과 보위부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특히 이영호는 평양방어사령관을 거쳐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 작업이 본격화된 지난해 2월 총참모장에 임명된 뒤 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
이번 군 인사가 김정은 후견인 그룹의 핵심인 고모부 장성택 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의 작품이라는 해석도 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김경희 최룡해 이영호 류경 모두 장성택과 가깝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 장성택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군 인사가 노동당을 군사화하는 ‘군정국가’로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후계 임명 과정에 있을 주민들의 반발 및 외부의 위해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과 군부를 구분할 수 없는 합동적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성공하려면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개혁개방 정책에 수반되는 사회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군부를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