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기자가 쓴 내러티브 기사(25일자 5면 ‘그는 입시교 교주 같았다’)를 보고 묻는 거였다. 학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건 제 역할이 아니다”며 입장을 설명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특목고에 보내려는데 전문가와 상담하고 싶다”, “진학과 학원문제를 결정하는데 누구와 상담할지 막막했다”… 여러 이유로 오 선생의 연락처를 묻는 e메일도 여러 통 와 있었다.
허탈했다. 기사를 쓰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오 선생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사교육 현실을 고발하려 했지만 한편으론 기사가 오히려 그를 홍보해주는 결과를 빚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래서 학생, 학부모, 동료교사, 다른 사교육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려 했다. 오 선생을 만나러 갔다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컨설팅 비용(100만 원)에 버금가는 ‘취재비’를 들이기도 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그래도 학교에서만 준비해도 대학에 갈 수 있으면 사교육 의존도 줄어들 거란 자부심으로 일한다”는 박 교사 같은 선생님이 있는 한 “교사가 노력을 안 하니 나는 오히려 부모들을 돕는 것”이라는 오 선생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교육정책의 목표는 사교육과의 전쟁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안, 입학사정관제 모두 학교중심 교육을 되살리자는 것이지만 목표는 역시 사교육 죽이기다. 하지만 한 유명 사교육업체 종사자는 “오로지 사교육을 없애겠다며 교육정책을 계속 바꾸는 한 불안한 엄마들을 상대로 발 빠르게 입시정보를 파는 제2, 제3의 오 선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의 깊은 수렁을 새삼 확인한 취재였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