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품질의 문제인가, 현대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인가'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두 번이나 대규모 리콜을 실시하면서 그 원인을 두고 엇갈린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생산 체제를 확대하면서 품질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고, 미국 시장에서 질주하는 한국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아차가 이달 초 미국에서 '쏘울'과 '쏘렌토' 3만5000여대를 리콜한데 이어 현대차는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판매된 신형 쏘나타 13만9천500대에 대해 리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판매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신형 '쏘나타', '스포티지R', '쏘렌토R' 등 신차 판매호조로 미국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8월 미국 시장 점유율이 현대차 5.4%, 기아차 3.3%로, 두 회사를 합쳐 9%에 가까운 역대 최대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신형 쏘나타 리콜에 앞서 기아차 쏘울에 대해서도 결함 조사를 통해 자발적 리콜을 유도했다. 당시 소비자 불만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했지만 결국 미국 시장에 판매된 기아차 쏘울과 쏘렌토 3만5000대의 리콜로 이어졌다. 미국 정부가 도요타에 이어 이번에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리콜의 원인이 현대·기아차가 전 세계적으로 현지 생산을 급격히 늘리면서 품질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6년 만에 생산량이 65.4% 늘어났다. 최근 러시아 공장을 준공하면서 국내외 생산능력은 658만대까지 확대됐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된 YF쏘나타의 조향장치는 한국 미국 중국 등 생산 국가와 상관없이 모두 현대모비스에서 만든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조립한 차량은 문제가 없는데 미국산 YF쏘나타의 조향장치에서만 불량이 나온 것은 현지 생산 공장의 품질 관리가 한국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근본적인 품질 관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현대차가 내린 자발적 리콜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