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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7한국 여자월드컵대표팀 FIFA대회 첫 우승 신화

입력 | 2010-09-27 03:00:00

불모지서 핀 희망의 꽃, 장하다 고맙다




하늘에는 종이 꽃가루가 휘날렸고 관중석에는 태극기가 물결쳤다. 승자를 향한 박수와 함성 속에 시상대에 오른 21명의 태극소녀는 차례차례 빛나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우승한 17세 이하 여자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번갈아 들어올리며 생애 최고의 순간을 누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아름, 이금민, 김수빈, 주수진, 백은미, 오다혜, 김인지. 포트오브스페인=게티이미지·멀티비츠

“어머! 우리 여자 애들이 저렇게 잘해. 와∼ 너무 잘한다. 파이팅∼.”

26일 국민들은 태극소녀들의 당찬 모습에 열광했다. 앳된 티가 가시지 않은 한국 여자 선수들은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에서 열린 일본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3-3의 박진감 넘치는 시소게임을 펼친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이기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SBS의 평균 시청률이 16.1%가 나왔을 정도로 국민들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결승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이 1-0으로 앞서다 동점이 되고 1-2와 2-3으로 뒤지다 두 번이나 동점을 만들어내는 장면에서 국민들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120분의 혈투에도 승부를 내지 못해 열린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 장슬기(충남인터넷고)가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 여자 축구는 남녀를 통틀어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 우승하는 신기원을 이뤘다. 여민지(함안대산고)는 최고의 스타로 각광받았다. 지난달 초 끝난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8골로 득점 2위(실버부트)와 우수선수(실버볼)에 오르며 한국의 3위를 이끈 지소연(한양여대)에 이어 세계 축구를 놀라게 했다. 여민지는 6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해 득점왕(골든부트)과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거머쥐었다. 대회 우승까지 포함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 1-0, 1-1, 1-2, 2-2, 2-3, 3-3, 연장 0-0… 승부차기 5-4 승리 ▼

한국의 여자 월드컵 우승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일군 것이라 더 값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초등학교부터 실업까지 65팀, 등록 선수는 1450명으로 아주 열악하다.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과 조직력, 한국 여자 특유의 투혼이 조화를 이뤄 세계를 제패했다.

FIFA는 홈페이지(www.fifa.com)를 통해 “한국이 가슴을 졸이는 극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일본을 따돌렸다”고 전했다. 여민지에 대해선 “뛰어난 기술과 골 결정력으로 우승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닛폰과 닛칸스포츠는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승부차기까지 가는 사투 끝에 4-5로 아쉽게 졌다’는 기사를 짧게 보도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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