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관은 “오늘 크리스틴 라가르드 경제장관을 만나러 가는데 청사 입구의 국기게양대에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가 번갈아 6개씩 12개가 게양돼 있더라”며 “나도 깜짝 놀랄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걸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순방 과정에서 각국 경제수장과 중앙은행 총재와의 회동 일정은 우리 스케줄에 100% 맞춰졌다.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윤 장관은 “공무원 생활 오래했지만 요즘처럼 신나고 보람이 큰 적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방문단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악셀 베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윤 장관 일행을 청사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회동 후에도 차가 떠날 때까지 직접 배웅했다”고 귀띔했다. 베를린에서는 볼프강 쇼이블레 장관이 먼저 윤 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자고 요청했다는 것. 윤 장관은 “세계경제 흐름의 방점을 재정건전화에 두는 유럽과 다시 경기부양에 나서려는 미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각국이 의장국인 한국의 태도에 신경을 쓰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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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은 호텔에서 짐을 제대로 푼 적이 없다고 한다.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밤에는 기차나 비행기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1국, 24시간 체류’ 일정 때문. 추석 송편은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이 준비를 해줘 베를린행 기차 안에서 먹었다.
‘너무 우쭐해진 것 아닌가’ 하는 기자의 직업정신에 따른 ‘삐딱한’ 생각이 들 무렵 윤 장관이 한마디 던졌다. “이제는 한국이 눈앞의 짧은 이익만 생각하기보다 장기적인 국익 차원에서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키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국가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런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이종훈 파리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