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영국의 석유탐사기업인 다나 페트롤리엄을 적대적 인수합병(M&A) 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우리나라는 최초로 10%대 석유 자주 개발률(수입하는 양 중 자체 생산하는 양)을 달성하게 됐다.
또 다나사(社)가 갖고 있는 석유 광구를 통해 북해, 아프리카 지역 자원개발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국내 기업이 적대적 M&A형태로 해외 기업 인수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석유공사, 다나사 경영권 확보
석유공사는 다나사의 공개매수를 위해 이미 이달 17일 다나사 발행주식 29.5%를 4억9100만 파운드의 가격에 매입했다. 이후 주식 공개매수 제안 종료일인 23일 오후 9시(한국시각)까지 주주들로부터 34.76%의 주식매각 동의서를 접수받음으로써 총 64.26%의 공개인수 지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20일 주당 18파운드에 다나사 주식을 공개 매수하겠다고 LSE에 공시하고, 일주일 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매수 제안문서를 주주들에게 송부한 바 있다.
석유공사는 이번에 매각 의사를 밝힌 34.76%의 주식을 주당 18파운드씩 5억8000만 파운드에 매입할 예정이다. 총 10억71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9400억 원)의 인수대금은 다음달 7일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지불이 완료되면 해당 주식을 정식 취득하게 된다.
석유공사는 "매입 자금은 석유공사 자체 자금과 수출입은행 등에서 빌린 돈으로 마련할 것"이라며 "이미 공개매수 제안 시 이 같은 매입금 지불 계획을 모두 세워 제출했다"고 전했다.
한편, 석유공사는 제안 수용기간을 연장하고 석유공사의 매수제안을 아직 수용하지 않은 주주들에게도 계속적으로 주식 매각을 촉구할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75%가 넘는 제안수용을 얻게 되면 다나사의 상장을 폐지할 계획"이라며 "상장을 폐지하면 각종 공시나 보고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어 보다 자유롭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글로벌 석유개발사업에 '날개'
다나사는 영국, 네덜란드, 노르웨이, 이집트를 비롯해 기니, 세네갈, 모로코, 모리타니아 등 36곳에 개발·생산·탐사용 석유 광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다나사가 보유한 광구의 총 원유 매장량은 올 상반기(1~6월)기준 약 2억4400만 배럴로 일일 생산량은 4만8000배럴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다나사를 완전히 인수하게 되면 현재 9%인 국가 석유 자주개발률이 두 자리 수인 10%대로 진입할 것"이라며 "그동안 미주, 구소련 지역에만 머무르던 우리나라의 석유탐사사업이 북해, 아프리카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