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지의 축구일기.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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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인간의 가장 좋은 습관으로 흔히 기록을 꼽는다.
정말 그랬다. FIFA 주관 U-17 여자월드컵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 여민지(17·함안대산고2) 역시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화를 처음 신은 뒤 자신의 하루하루를 꼼꼼히 축구일기에 담았다. 그의 일기에는 각계 저명인사들의 명언과 좌우명, 일과 등이 빼곡히 적혀있고 군데군데 좋아하는 국내·외 스타들의 사진을 붙여가며 먼 훗날 성공한 자신의 미래를 그렸다.
물론 여기에는 글자만 담겨있는 게 아니다. 마치 축구 지도자들의 행동을 따라한 듯 자신의 포지션과 이에 따른 필요한 플레이 방향, 공수 전환 루트를 여러 가지 색연필로 그려가며 상세히 분석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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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명서초등학교 배성길 감독의 권유로 펜을 처음 들었고, 함안대산고 김은정 감독도 제자에게 꾸준히 일기를 적어나갈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불평불만을 내비친 적이 없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훈련 혹은 경기가 끝나면 피곤하고 지칠 법도 하지만 매일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무조건 책상 앞에 앉았단다. 심지어 외박을 받아 집에 돌아와서도 일기부터 펼쳐 들었다.
여민지의 부모도 딸의 일기를 각종 트로피, 상장 등과 함께 가장 소중한 보물로 여긴다. 경남 김해시 자택 거실의 한 쪽에 위치한 장롱 서랍에는 딸이 쓴 여러 권의 일기가 채워져 있다.
“민지가 일기를 쓰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그날그날 훈련 내용을 되돌아보고, 부족한 점, 느낀 부분들을 조금씩 채워가는 데 맛을 들인 것 같다”는 게 아버지 여창국(45) 씨의 설명이다.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여민지의 8할은 축구일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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