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쉽게 생각하면 오해 선수들 체력 좋아 힘겨워 항상 최고 목표로 전력”
국내 최고 용병으로 자리매김한 FC 서울의 데얀(왼쪽)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지난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 살 연상의 부인 미로슬라바 씨(오른쪽)는 그의 가장 든든한 팬. 요즘은 7개월 된 딸 베트라가 그의 삶의 중심이다. 구리=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 한국은 마이 세컨드 홈
2007시즌을 앞두고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와 계약하면서 한국에 온 그가 찾은 건 이름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용병’이라는 찬사는 곧 성공을 뜻했고 안정된 삶이 뒤따랐다. 세르비아 프로축구판에서 젊고 재능이 뛰어난 선수는 대부분 20세가 되기도 전에 서유럽으로 진출한다. 그는 그 대열에 끼지 못하고 세르비아에서 대여섯 팀을 전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임대선수로 6개월 뛰었다. 처음에 한국은 고국에서 비행기로 14시간이 걸리고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 말고 아는 게 없는 낯선 나라였다. 하지만 성공에 목말랐던 그는 인천의 입단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4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추석을 앞둔 14일 경기 구리시 그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 그는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기자를 맞았다. 반듯하고 아담하게 잘 꾸며진 거실 소파엔 7개월 된 딸 베트라가 토끼눈을 하고 있었고 지난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하객 2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린 미모의 부인 미로슬라바 씨(30)는 주방에서 손님을 위해 에스프레소 커피를 준비했다. ‘행복한 가족’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면 이 가족은 단연 주연감이다.
광고 로드중
○ 한국 공격수의 롤 모델
최근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국내 공격수들이 본받아야 할 선수로 데얀을 꼽는 바람에 그가 또 화제가 됐다. “그 말을 듣고 나선 더욱 전력을 다해 뜁니다. 대표팀 감독에게 좋은 얘기를 듣는 건 무척 기쁜 일이죠.”
인천에서 1년간 19골을 넣은 뒤 그는 FC 서울로 이적했다. 매년 10골 이상은 꾸준히 넣는다. 올 시즌은 25경기에서 벌써 16골, 9도움을 기록 중이다. 키 187cm에 몸무게 81kg. 국내 공격수와 비교해 신체조건이 월등한 건 아니다.
“재능은 있지만 축구가 재능만으로 되는 건 아니거든요. K리그에 와서 ‘내가 더 빨리 달리지 않고, 더 몸싸움을 하지 않으면 골을 넣기 힘들겠구나’라고 느꼈어요. 외국 선수들은 K리그가 선수들의 체격도 작고 쉬운 리그라고 생각하지만 완전히 오해죠. 한국 선수들은 경기 내내 전력으로 뛸 수 있는 체력도 있고 빠르고 쉽게 방향 전환을 합니다. 전에는 감독들에게 ‘넌 기술은 뛰어난데 노력을 안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한국에 와선 점프력이나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합니다.”
광고 로드중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두 나라 인구를 합쳐도 800만 명 정도로 한국의 6분의 1밖에 안 되지만 축구 농구 배구 핸드볼에 요즘은 테니스까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민들이 스포츠를 워낙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꿈을 물으면 거의가 스포츠맨이에요. 발칸지역의 아무 학교나 들어가 보세요. 점심시간에 학생 90% 이상이 축구나 농구를 하고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아무 종목이나 골라잡기만 하면 돼요. 농구? 오케이. 축구? 오케이. 부모들은 다 받아줍니다.” 수십 년간 내전에 휩쓸리고 정치 경제 등 사회 전체가 불안한 발칸 반도에서 스포츠만큼 접근하기 쉽고 경우에 따라 큰 성공이 따르는 업종도 없다.
뛰어난 선수들은 일찌감치 더 큰 무대로 진출한다. 말하자면 그의 나라는 더 큰 무대로 가기 위한 ‘쇼 케이스’라고나 할까. “한편으론 슬픈 일이죠. 세르비아 프로축구가 재능 있는 선수들을 23, 24세까지 잡아둘 만큼 재정이 뒷받침된다면 리그 수준이 유럽 전체에서 5, 6위는 될 거예요.”
○ ‘아직 배고프다’
광고 로드중
당장 목표는 일단 팀을 K리그 챔피언에 올려놓는 것. 요즘 팀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 “경기에서 선수끼리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누가 공을 잡았을 때 ‘돌아’ ‘프리(뒤에 사람이 없다는 말)’ ‘패스’ 같은 얘기를 해줘야 경기하기 편해요. 지난 시즌까지는 그게 잘 안됐는데 올핸 아주 좋아요. 제가 득점왕이 되는 것보다 팀이 챔피언이 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덥다고 웃통을 벗었는데 왼쪽 팔뚝에 한자로 경(敬)과 애(愛) 두 글자 문신이 눈에 띄었다. 등 위쪽엔 세르비아어로 ‘희망’을 뜻하는 문신이 있다. “둘 다 한국에 와서 한 거예요. 마지막으로는 딸 이름을 새길 거예요.”
구리=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본명=데얀 다미아노비치
△출생지=보스니아 모스타르
△집=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적=몬테네그로(2008년부터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생년월일=1981년 7월 27일
△체격=187cm, 81kg
△취미=가족과 압구정동에서 쇼핑, 컴퓨터 축구게임(풋볼 매니지먼트)
△K리그 주요 기록=
2007년 36경기 19득점 3도움(득점 2위),
2008년 33경기 15득점 6도움(득점 2위),
2009년 25경기 14득점 1도움(득점 2위),
2010년 25경기 16득점 9도움(득점 1위·9월 20일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