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의 원인은 한랭한 기후, 매연, 꽃가루, 화장품, 먼지, 진드기, 동물의 털, 과로, 스트레스 등이다. 한의학에서는 개개의 원인 인자를 찾아 치료하기보다는 개인의 체질적 특성을 보고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방법을 쓴다. 또 비염이 있다고 해서 코만 보지 않고 몸 전체를 보며 진단한다.
비염을 방 안에 생긴 곰팡이에 비유해 보자. 우선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매번 닦아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방 안의 눅눅한 습기를 없애거나 창문을 열어 곰팡이가 살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두 번째가 한의학적인 방법이다.
코가 휜 사람이 비염에 걸렸을 때는 대체로 콩팥이 약해져 허리도 같이 아픈 경우가 있다. 이때는 콩팥의 기능을 북돋우는 약을 쓴다. 피부가 좋지 않아도 코가 막힐 수 있는데 이때는 피부 호흡을 원활하게 해주는 약을 쓴다. 위장 장애가 반복되는 아이도 코가 잘 막히는데 이때는 위장장애를 개선하는 약을 쓰면 좋아진다. 환절기에 비염이 심해지는 경우 비위(脾胃)의 원기가 부족해서 그런 것으로 보고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을 처방한다. 여자들의 경우 배가 차서 비염이 올 때가 있는데 이때는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오적산(五積散)을 처방하면 생리가 좋아지면서 비염도 치료된다.
비염이 있는 사람은 입으로 숨을 쉬면서 찬 기운에 폐를 상하게 하면 안 된다. 아이스크림, 찬물, 찬 음료, 날것, 냉장 음식은 폐와 대장을 약하게 하므로 피해야 한다. 또 무분별한 코 성형은 피해야 한다. 벽을 허물고 기둥을 세우면 자연스러운 공기의 흐름이 막히는 법이다.
비염에 걸린 사람 중 발이 찬 사람은 15분 정도 족욕을 하면 좋다. 한의사의 조언을 듣고 목련꽃 봉오리, 느릅나무 뿌리껍질, 파뿌리를 달여 먹어도 증세가 완화된다.
오수석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인보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