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계파에 의존’ 지적엔 단일화 파행 안타깝다
《 민주당 10·3전당대회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단일화 약속을 파기한 386그룹 주자 2인의 성적표다. 386 전현직 의원들이 단일 후보로 추대한 이인영 전 의원과 이에 반발해 전대 완주 의사를 밝힌 최재성 의원의 심경과 각오를 17일 들어봤다. 》
이 전 의원은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과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6월 민주항쟁의 주역이었다. 그해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김영삼(YS) 통일민주당 후보와 김대중(DJ) 평민당 후보를 고려대로 초청해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 1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에 386그룹의 단일화 약속이 파행을 겪은 데 대해 거듭 “안타깝다”고 했다.
‘386그룹이 계파에 의존해 지나치게 당권만 좇는다는 비판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런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왜 ‘하청 정치’를 하고 따로 노느냐는 질책이 있다”고 시인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기 위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정치를 위해 단일화를 시작했는데 아름답게 마무리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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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이인영이 민주당 지도부에 포함돼야 하느냐’고 묻자 “진보개혁의 일관성과 정통성이 나한테 있기 때문이다.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통합해 2012년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나”라고 힘줘 말했다. “대의원들은 ‘1인 2표’ 중 한 표를 민주당의 미래와 새로운 질서에 투자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듣는 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밖에서 본 민주당’에 대해 그는 “민심의 요구대로 따라가는 것이 진보인데 사람들을 만나보면 민주당은 아직도 여당의 관성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모습이다. 서민, 중산층의 눈물을 함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연설과 말엔 늘 ‘통일’과 ‘가치’가 등장한다. 그는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어렵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민주개혁세력은 통일과 가치를 말해야 한다. 이건 끝까지 하겠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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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화 약속 위반’ 비판엔 불투명 방식 동의 못해▼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자신이 386그룹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전대 완주를 결심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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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에선 2006년 2월 열린우리당 전대 때 386그룹의 김영춘 임종석 전 의원이 동반출마했다 모두 낙선한 전례를 들어 이번에도 386그룹의 지도부 진출 가능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고 전망한다. 그러나 최 의원은 “그때와는 달리 우리에겐 자생력이 있다. 또 이번 전대 출마자 8명 중 기존 지도부를 해본 적 없는 새 인물은 386 두 사람밖에 없다. 대의원들은 새로운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일화 약속 무산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지도부에 입성해야 하는 까닭을 물었다. 최 의원은 “당의 지지율이 30% 가까이 올랐지만 전략이 부족하고 한나라당에 비해 뉴스메이커, 대중적 인물이 턱없이 부족하다. 뉴스 전달력도 없고 대선 전략을 짤 수 있는 사람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702일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장수 대변인을 지낸 자신이 새 지도부의 적임자란 주장처럼 들렸다.
최 의원에겐 ‘정세균 전 대표의 최측근’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정 전 대표와의 연대(대의원 1인당 2표 행사)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그는 “정 전 대표와 나는 수직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다. 정 전 대표가 나를 발탁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나는 정 전 대표에게 표를 구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단도직입적이고 호불호도 분명하다. 그는 대화 중 “18대 총선 공천이 잘못됐다”며 공천권을 행사했던 손학규 전 대표를 겨냥하고, “부유세 도입론은 집권을 더 멀어지게 하는 주장”이라며 정동영 상임고문을 비판했다. 대학 졸업 후 포장마차와 노점상, 막노동 등을 하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을 하면서 지역구를 다졌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