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박물관에 전시된 퇴계선생묘갈명(退溪先生墓碣銘·왼쪽) 탁본. 사진 제공 성균관대 박물관
퇴계 이황(1501∼1570)은 생전에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며 무덤 앞에 놓일 묘비(묘갈·墓碣) 문구를 이같이 지었다. 높이 1.2m의 이 묘비 탁본(사진)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서울 성균관대 박물관이 12월 13일까지 개최하는 ‘조선전기 신도비전’. 태종 세종 등 국왕의 신도비(神道碑) 탁본 4점을 비롯해 퇴계의 묘갈 탁본, 율곡 이이와 한명회 등 조선 문인의 신도비 등 30여 점이 전시된다.
신도비는 왕이나 고관의 무덤으로 가는 길목이나 마을 입구에 세워 그들의 공덕을 기리는 비석으로 고인의 덕망과 공훈 행적 등을 기록했다. 크기는 대개 1.5∼2m이며 태종 신도비는 4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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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도비 제작을 만류한 퇴계는 다른 이의 신도비 제작을 위해 직접 붓을 들기도 했다.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의 신도비 탁본에서 또박또박 써내려간 퇴계 특유의 글씨체를 볼 수 있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신도비는 세월이 지나 풍화되면서 글자가 마모된 경우가 많다. 경기 파주시에 있는 율곡 이이의 신도비는 6·25전쟁 때 총에 맞아 훼손됐다. 전시된 탁본에도 예닐곱 군데의 총탄 자국이 허옇게 나왔다. 세종대왕의 신도비는 아들 안평대군이 직접 글을 써 눈길을 끈다. 02-760-0216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