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3일 하루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무려 5342억 원이 순유출(펀드로 새로 들어온 자금보다 빠져나간 돈이 많다는 뜻)됐다. 지난 주말 1,800 고지에 오른 코스피가 13일 1,810 선까지 돌파하자 하루 새 5000억 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달 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 순유출은 2일부터 8일(거래일 기준) 연속 이어지며 총 1조6505억 원이 빠져나갔다. 7월 초 코스피가 1,700 선을 뚫은 뒤 이달 1,800 선에 안착하는 동안 5조 원이 넘는 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탈했다. 해외 주식형펀드에서도 8월 이후 이달 13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이 기간에 총 1조4299억 원이 순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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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펀드 환매 행진이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1년간 코스피 1,600∼1,800 선에서 들어온 펀드 38조 원도 시장에 큰 충격 없이 소화됐다”며 “하루 평균 1500억 원 정도의 순유출 규모는 외국인과 연기금의 매수세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또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증권사의 랩어카운트가 인기를 끌면서 펀드 환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랩어카운트 잔액은 6월 말 약 28조5000억 원에서 7월 말 29조7000억 원으로 한 달 새 1조2000억 원이 늘었다.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로 저금리가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증시 주변을 맴도는 펀드 환매 자금도 많다. 대표적으로 펀드에서 빠져나와 주가연계증권(ELS)과 주가연계펀드(ELF)를 찾는 자금이 크게 늘었다. 특히 ELS 시장은 5월 이후 발행금액이 꾸준히 2조 원을 넘어서며 과열을 우려할 정도다. 이달 들어 14일까지도 9391억 원이 발행됐다. 한상언 신한은행 PB고객부 팀장은 “펀드를 환매한 투자자 가운데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위험도는 낮으면서 주가가 조금 오르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는 ELF, ELS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다”며 “안전성을 더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최근 은행 예금금리가 다시 떨어지고 있어 추후 예금금리 상승을 기다리며 단기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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