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구가 정성길씨 공개 1911년 민족단체 주관 대회갓 쓴 관중 등 축제분위기 대구 근대 육상의 효시 추정
선교사 주관으로 처음 열린 대구 달성공원 운동경기는 지역 육상의 효시로 보인다. 역사 자료에는 첫 경기가 1911년에 열렸다고 돼있다. 사진 제공 정성길 계명대 명예박물관장
한자로 ‘대구달성공원 학생운동회’라는 제목이 적혀 있는 이 사진에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관중들이 육상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중절모와 양복 등 서양식 옷차림을 한 관중도 일부 있었다. 언덕 위에 빽빽이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마치 응원하는 듯한 진풍경을 연출한다. 흐릿하지만 그 뒤로 달성토성 흔적도 남아 있다. 이 대회에는 대구공립보통학교(현 대구초등학교), 해성학교(현 효성초등학교), 계성학교(현 계성중학교), 대구농림학교(현 대구자연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해 달리기 등 육상경기를 벌였다. 당시 대회에는 선수 외에도 상당수 시민이 관중으로 참여해 시민축제 같은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진연구가로 잘 알려진 정 관장은 “1910년대 중반 이후 대구지역 육상경기 장면을 찍은 사진이 여럿 있지만 1911년판 사진은 이것뿐”이라며 “달성공원을 비롯해 용두방천(현 대구 수성구 중동교 인근)에서 해마다 열린 운동경기는 대구 근대 육상의 효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당수 운동경기는 미국 등에서 온 선교사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일제의 감시와 억압에도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육상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구에서 일찌감치 근대 육상경기를 정기적으로 열었다는 사실에 고무돼 있다.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면 한국 육상 역사에 소중한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배 대구시 체육진흥과장은 “여러 경로로 좀 더 많은 역사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