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연 담은 빵’ 맛보세요
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80, 90년대 국내 고급 베이커리의 대명사로 통하던 신라명과 집안 이야기다. 홍평우 신라명과 회장(66)의 세 자녀 중 맏딸인 홍수현 씨(39·사진)는 빵과 더불어 자라나 10여 년간 신문기자로 일했다.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는 아버지가 외환위기 후 지나친 긴축경영으로 신라명과의 정체를 초래했다고 생각했어요. 젊은 감각으로 가업을 잇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아버지가 많이 걱정하셨죠.”
아버지를 설득한 딸은 2007년 신문사를 그만두고 신라명과 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브랜드 네이밍 전문회사인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를 찾아가 ‘한국의 자연을 담은 베이커리’란 구상을 설명했다. 새, 하트 등 따뜻한 느낌의 브랜드아이덴티티(BI) 아이콘들은 그렇게 나왔다. 빵과 커피란 뜻의 ‘브레댄코’는 2008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첫 매장을 열고 지난해 5월 신라명과에서 분리해 별도 법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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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브레댄코의 회장이지만 사실상 최고경영자(CEO)인 홍 이사는 오전 5시부터 빵 굽는 현장을 돌고 소비자를 만난다. “신제품 아이디어를 생산에 접목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쁨을 함께 누리자’는 비전을 직원들과 나누려 합니다.”
브레댄코 내방점에서 그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험적인 빵 앞엔 각 빵을 만든 파티시에의 얼굴이 캐리커처로 그려져 있었다. 한국의 제과명장 7명 중 한 명인 임헌양 상임고문(70)도 신제품 개발위원회를 이끌며 ‘명장의 숨은 레시피’라는 프리미엄 빵을 선보인다.
브레댄코는 내년 말 200호점 오픈이란 목표를 세웠다. 섭씨 100도의 끓는 물로 반죽해 저온에서 장시간 숙성하는 천연 효모 빵, 화학첨가제를 일절 넣지 않는 케이크 이야기를 듣고 “너무 우직한 것 아니냐”고 묻자 홍 이사는 말했다. “빵은 사람이 만드는 과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정직하게 원칙을 지켜야죠.”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