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날개 각도 차이로 몸 뜨게하고 물위 2~3cm 날아 공기저항 줄여 40초간 시속 70km로 400m 비행비행방향 바꾸는 까치 ‘작은 날개깃’작고 가벼운 무인항공기 날개 적용
제비날치의 비행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소용돌이(와류) 모습. 소용돌이가 선명할수록 공기의 저항을 더 받는다는 뜻이다. 제비날치가 낮게 날 때(왼쪽) 소용돌이가 흐리게 나타났다. 사진 제공 서울대 생체모방공학연구실
■ 동식물 흉내 ‘생체모방기술
‘자연에 답이 있다.’
○ 물고기의 ‘날개’→‘날아다니는 배’에 도입
‘나는 물고기’ 날치는 최대 40초 동안 시속 70km로 400m를 날 수 있다. 제비날치의 경우 폭이 15cm인 양 지느러미를 활짝 편 뒤 수면에서 수 cm 떠 행글라이더처럼 미끄러지듯 난다.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날치의 나는 비밀을 10일 발간된 영국 과학학술지인 ‘실험생물학저널’에 발표했다.
날치의 비행에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첫 번째는 날치의 날개 역할을 하는 가슴지느러미(앞날개)와 배지느러미(뒷날개)의 각도다. 제비날치는 몸통을 수평으로 눕혔을 때 가슴지느러미 앞쪽이 12∼15도 위로 솟구쳐 있고, 배지느러미 역시 2∼5도 위를 향한다. 서울대 생체모방공학연구실 박형민 선임연구원은 “이러한 각도 차로 두 지느러미 사이에 흐르는 공기의 속도가 일시적으로 빨라져 비행기를 띄우는 힘인 양력(揚力)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날치의 글라이딩 비행은 날갯짓을 하지 않고 얼마나 멀리 가느냐가 중요하다. 날치가 높이 날면 멀리 갈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다. 너무 높이 날면 양력으로 작용하던 가슴지느러미 아래 공기가 가슴지느러미 위로 소용돌이처럼 말려 올라온다. 이를 ‘와류’라고 한다. 와류 현상은 공기저항을 증가시켜 멀리 날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2∼3cm로 낮게 날 때는 와류가 줄어든다. 가슴지느러미 위로 오르기 전에 수면과 부딪쳐 저항이 줄어드는 ‘지면효과(ground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바람이 나오는 풍동실험실에서 날치가 나는 높이에 변화를 줘 공기저항을 측정한 결과 높이가 2.6cm일 때 공기저항은 13cm에서보다 20% 적었다”고 말했다. 제비날치가 13cm 높이로 100m를 날았다면 2.6cm에선 120m를 날 수 있다는 뜻이다.
○ 까치 날개 속 ‘작은 날개깃’에 주목
까치 날개 구조 연구는 소형 무인항공기(위) 날개 설계에 응용할 수 있다. 까치가 착륙하는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촬영한 결과 까치가 날개 앞부분에 돌출된 작은 날개깃을 세워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 제공 서울대 정밀 기계설계공동연구소·동아일보 자료 사진
까치 날개 길이는 40cm가량 된다. 주목할 부분은 까치 날개 앞쪽 측면에 있는 ‘작은 날개깃’이다. 작은 날개깃은 사람의 엄지손가락처럼 앞으로 돌출된 부분이다. 이 연구원은 “날개깃의 길이는 전체 10%에 불과하지만 공기저항을 조절해 까치가 방향을 빠르게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고속카메라로 까치가 나는 모습을 촬영해 관찰했다. 까치는 착륙할 때 몸을 세우고 작은 날개깃을 폈다. 날개 표면 위로 공기가 원활하게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양쪽 날개깃의 각도를 다르게 해 비행 방향을 바꿨다. 왼쪽 날개의 작은 날개깃을 오른쪽 작은 날개깃보다 높게 드는 방식으로 오른쪽으로 선회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