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탈락 최대 이변… 김효석-양승조 등 6명도 고배
9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이 꽃다발을 들고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배숙 정동영 천정배 박주선 정세균 손학규 이인영 최재성 백원우 후보.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이른바 ‘3강(强)’인 정세균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상임고문이 예상대로 본선에 진출했고 나머지 본선티켓 6장은 친노(노무현)-386그룹인 백원우 최재성 의원, 이인영 전 의원과 비주류 측 박주선 조배숙 천정배 의원에게 돌아갔다. 조 의원은 ‘여성 배려’ 규정에 따라 본선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최고위원으로 확정됐다. 김효석 양승조 유선호 조경태 추미애 의원, 장성민 정봉주 전 의원은 고배를 마셨다.
이에 따라 당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최고위원을 뽑는 민주당 전대는 ‘3강’ 중 누가 당 대표가 될지, ‘3강’과 여성 몫을 뺀 나머지 최고위원 두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됐다. 본선 진출자들은 10일까지 후보 등록을 한 뒤 11일 광주시당 개편대회를 시작으로 공식 선거전에 들어간다.
광고 로드중
최대 이변은 추미애 의원의 탈락이다.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 당론에 맞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했다가 2개월간 당원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등 당내에서 격한 비판에 직면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시 환노위원과 일부 여성 의원들이 공공연히 낙선 운동을 벌일 정도여서 ‘배제투표’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추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추미애 맞아?’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몸을 낮추고 ‘동행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친노-386그룹 소속 3명은 전원 컷오프를 통과했다. 이들의 약진은 6·2지방선거 때 ‘정세균 체제’하에서 친노-386그룹 성향의 기초단체장이 대거 당선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날 투표권을 행사한 중앙위원(359명)은 기초단체장(99명), 원외 지역위원장(147명) 등으로 구성돼 있고, 지역위원장 선정은 정 전 대표 측 이미경 사무총장이 주관했다. 더구나 투표율(87.7%)도 높았다.
민주계 3선인 김효석 의원과 동교동계 장성민 전 의원, 비주류 측 유선호 조경태 의원 등의 탈락도 여기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많다. 동교동계는 차기 당 지도부에서 완전히 배제되게 됐고, ‘민주당’이란 명칭의 원초적 뿌리였던 민주계도 세가 완연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판세다.
한편 친노-386그룹 소속 본선 진출자 3명은 전대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예비경선 최다 득점자로 단일화하겠다”며 “당에 예비경선 최다득점자를 알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당헌 당규에는 ‘컷오프 득표 결과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광고 로드중
‘3강’은 대선 후보 경선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설전을 펼쳤다.
손 전 대표는 “관리를 잘할 것 같은 지도부를 뽑으면 국민은 관리할 수 있을 만큼의 의석만 야당에 줄 것”이라며 ‘관리자형 지도자’를 강조한 정 전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누구나 김대중 노무현을 얘기하지만 아무나 그 철학과 정신을 계승하진 못한다. 정체성이 맞아야 한다”며 손 전 대표의 이력(한나라당 출신)을 건드렸다. 이어 “지금까지 외길을 걸어온 사람이 대표가 돼야 한다”며 정 고문의 탈당 전력도 비판했다.
반면 정 고문은 “민주당에 빚을 많이 졌고 과오도 크다. 반성하고 있다. 빚을 갚고 싶다”고 운을 뗀 뒤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정리하고 고민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광고 로드중
당내 일각에선 “검찰 수사란 외부 변수가 전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는가”란 말들이 나온다. 오현섭 전 전남 여수시장의 공천헌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특정인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전대 본선 출마자 3명의 이름과 오 전 시장이 건넸다는 액수가 적힌 괴문서가 나돌고 있다. 오 전 시장은 6·2지방선거 초반 공천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외지인이 투표권을 갖는 시민공천배심원제를 통해 공천이 확정됐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