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 이적으로 배구인생 첫 천금같은 기회휴가반납 강도높은 훈련 소화…팀 우승 견인5경기 86득점…결승전선 트리플크라운 영광
대회 최우수상(MVP)을 받은 현대캐피탈의 라이트 공격수 주상용(오른쪽)이 대한항공과의 2010 수원·IBK 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 결승전에서 득점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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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늘 2인자였다. 주전은 언감생심이었다. 언제나 백업요원으로 벤치가 그의 자리였다. 절망감은 포기를 낳는 법. 그토록 사랑했던 배구 인생을 접으려고도 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말렸다. 마음을 다잡았다. 결심뿐만이 아니었다. 몸을 혹사 시킬 정도로 훈련에 매진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이를 악물었다.
피나는 노력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결실을 맺었다. 프로 인생 처음으로 만끽한 달콤한 순간이었다. 한양대 3년 때인 2003년 3차 대학연맹전 MVP 이후 7년 만에 처음 받아보는 큰 상이었다.
2010수원·IBK기업은행 컵 대회가 낳은 최고의 스타는 현대 캐피탈 라이트 공격수 주상용(28)이었다. 현대캐피탈은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대한항공을 3-0(25-16 25-16 25-22)으로 완파하고 3번째 정상에 올랐다. MVP는 당연히 주상용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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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그늘
그의 2인자 인생은 대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일고 시절 한양대와 경기대 간의 스카우트 파동에 휩쓸릴 정도로 촉망 받았던 거포였지만 막상 한양대에 진학한 이후에는 높은 벽이 버티고 있었다. 신영수와 강동진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2005년 드래프트 3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입단하면서 희망을 부풀렸지만, 박철우에게 밀려 백업 인생은 계속됐다.
상무는 괜찮은 도피처였다. 2005년 상무에 입대해 2시즌을 뛴 뒤 팀에 복귀했다. 하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후 3시즌 동안 똑 같은 생활이 반복됐다. “나태해졌죠. 점점 더 잊혀져가는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죠. 운동하기 싫어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형들이 절 붙잡았어요.”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박철우가 FA를 통해 삼성화재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담은 금물. 또 다른 복병이 찾아들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입단한 문성민 때문이다. “성민이 때문에 내가 이렇게 선발로 나갈 줄은 생각을 못했다. 감독님께 밉게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MVP는 감히 생각하지 못했다.”
○피나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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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희망
이제 그에게도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우승 이후 “그동안 고생했던 것이 한순간에 날아갔습니다”며 홀가분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한 대회 했다고 뭐라고 말 할 수 없습니다. 장담을 못하죠. 경기 출전은 예전 보다 많아지겠지만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 경기에 들어가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어야죠”라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김호철 감독이 본 주상용 “이번만큼만 한다면 레프트로 기용”
그동안 박철우의 백업 요원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박철우가 나가서 책임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훈련도 정말 열심히 했다. 대회 전에 라이트를 전적으로 상용이에게 맡겼는데, 정말 잘 소화해냈다. 용병이 들어오면 또 다른 전술을 짜야하겠지만, 상용이까지 잘 해줘서 고민이 생긴다(웃음). 상용이를 정규리그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주상용이 이번 대회처럼만 해 준다면 레프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수원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