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격언] 인간지표를 활용하라
주식시장에서도 지나치게 조심성이 많은 투자자는 종종 상투를 잡고 큰 손실을 입는 사례가 있다. 증시가 상승 초기 국면일 때는 ‘저러다가 곧 다시 시들해지겠지’라고 생각한다. 차츰 거래가 많아지면서 주가 상승에 탄력이 생기면 ‘저 거래량으로는 아직 알 수 없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다 주가가 쑥쑥 오르며 활황 국면이 되면 ‘조금 더 지켜보다 확실할 때 들어가는 게 안전해’라고 얘기한다. 상한가 종목이 많아지고 대량 거래가 수반되면 그제야 ‘그래, 지금부터야. 저 많은 거래를 소화해냈으니 계속 상승할 것이 확실해’라고 자신하며 주식을 열심히 사기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뒤 주가는 상투를 치고 하락세로 반전하고 만다.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투자자를 종종 목격했을 것이다. 소위 ‘인간지표’라고 불리는 사람이 주식을 사면 상투고 주식을 팔면 바닥인 때가 많아 그 사람과 반대로 투자하면 성공이 확실해지는 셈이다. 어떤 경우는 본인이 남들에게 인간지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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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동창모임 같은 곳에서 린치와 비슷한 경험을 종종 했다. 주가가 바닥일 때는 동창들이 증시에 대해 거의 묻지 않고 오히려 나를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다 시장이 회복되고 주가가 올라가면 갈수록 동창들은 주식 이야기를 점점 많이 한다. 상승 막바지 국면에서는 내가 이야기할 틈도 없이 각자의 주식 성공담을 끝없이 쏟아낸다.
이렇듯 증시에서는 집단적인 인간지표를 찾아볼 수도 있고 주변의 특정인이 인간지표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한다. 이런 지표들은 수치화하거나 객관화할 수 없지만 경험을 통해 증시가 어느 국면에 왔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시장의 과열 국면에서 이런 인간지표를 활용해 경계심을 갖거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침체 국면에서는 인간지표의 심리나 행동을 통해 오히려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용기와 지혜를 얻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이 남들에게 이런 인간지표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객관적으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남의 눈의 티는 보여도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말처럼 스스로가 인간지표라면 다른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내면을 한번 들여다보자. 그런 후에 주변 사람들도 한번 둘러보자.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