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만 팔려고 와인 수입을 시작했다는 어느 회사의 카탈로그는 이탈리아 와인 일색이다. 이들 와인 중 3분의 1을 다름 아닌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가 차지했다. 올해 설까지만 해도 부르고뉴 와인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고 전해지는 이 회사가 올해 추석에는 이 두 와인을 승부수로 띄운 것이 분명하다. 이렇다 보니 언젠가 이 회사 관계자가 바롤로 앞에서 “와인 초보 시절에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는 그냥 ‘이탈리아의 값나가는 좋은 와인’이라고 외운 적이 있다”고 말했던 일도 떠올랐다.
와인을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었다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입에 잘 붙지 않는 수많은 와인 이름을 외우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명절에 선물용 와인을 고르는 스트레스에 비할 바 못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와인을 즐기는 분을 위한 선물이라면 한정된 예산으로 얼마짜리 와인인지를 간접적으로라도 전달할 수 있는 유명 와인을 골라야 하는 부담이 크다. 이를 감안하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의 부각은 새삼스러운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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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이탈리아 서북부 피에몬테 지방의 랑게 언덕 주변 테루아에서 네비올로라는 까탈스러운 품종만을 사용해 만든 와인이다. 포도의 이런 특성 탓에 그 어떤 와인보다 생산과정에서 와인업자의 애간장을 태우지만 ‘레드 와인계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이들 와인에 젊은 양조인들은 인생을 건 도전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두 와인 모두 타닌 성분이 많고 산도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생명력 긴 와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늘 안타깝다. 이는 곧 국내에서도 병당 최소 7만 원 이상은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두 와인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큰 의미는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바롤로가 좀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 따라서 빈티지까지 비슷한 두 와인을 한자리에서 마신다면 바르바레스코를 먼저 마시는 편이 좋겠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엘리오 알타레 바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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