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이미 포화 수준… 경쟁 과열땐 ‘毒든 사과’ 우려
은행들은 DTI 폐지로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가 사라진 데 대해서는 일단 반가워하는 반응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DTI 폐지가 자칫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은행들 DTI 자율 적용 놓고 고심
문제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적용할 DTI 한도를 정하는 일이다. 정부는 은행들이 대출 희망자의 대출 상환 능력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DTI 한도를 적용하도록 했다. 은행의 실무진들은 섣불리 DTI 한도를 크게 완화했다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은행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DTI 한시적 폐지의 최대 수혜층이 저소득층이라는 점이 고민이다. 연간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인 DTI가 폐지되는 반면 구입하는 주택가격에 따른 대출한도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유지되면서 저소득층이 고가의 주택을 구입할수록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커지게 됐다. 하지만 저소득층일수록 이미 가계대출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구가 많은 만큼 자칫 대출영업을 크게 늘릴 경우 가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DTI 한도를 적용하라고 발표한 의중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DTI 한도를 적극적으로 낮춰야겠지만 은행 건전성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 주택담보대출 경쟁 치열해질 수도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에 예금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으로 마땅하게 돈을 굴릴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은행들은 DTI 폐지로 주택담보대출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던 올 상반기에도 기업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꾸준히 늘려 왔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현재 65.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각 은행이 자체적으로 DTI 한도를 얼마만큼 완화하느냐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유치 경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당장은 연체율 상승을 우려해 DTI 한도를 이전보다 10∼20%포인트 정도만 높여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나서겠지만 은행 한두 곳이 과감하게 DTI 한도를 폐지할 경우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