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주는것 좋지만 강요는 금물… 스스로 독서 동기 찾게 해야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해 ‘국민독서진흥에 대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23일 좌담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국민독서진흥에 대한 발전방안 모색’을 주제로 23일 좌담회를 열었다. 독서에 관한 초등 및 대학 교육 현장, 연구소, 출판계, 학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올바른 자녀 독서교육의 실마리를 얻어 보자.》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자기소개서 ‘취미’란에 독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독서를 과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서는 삶의 저변에 늘 깔려야 할 원리이자 모든 교육과정에 스며야 할 교육 방법입니다.”
박철원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은 독서의 중요성이 교육적으로 국한되는 것을 경계했다. 입시를 위해 책을 읽으면 읽는 즐거움을 알기 전에 책을 통해 얻는 교훈을 우선시하게 된다. 학생들이 책을 학습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문제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생각하는 만큼 산다는 말이 있다”면서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한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과 분명 다르게 살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는 학습이 아니라 삶 자체와 긴밀하게 연관된 활동이라는 의미다.
대학생과 중학생인 두 자녀를 풍부한 독서환경 속에서 최상위권으로 성장시킨 학부모 김윤숙 씨는 독서를 통해 겪은 자녀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두 자녀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 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학습 계획을 스스로 세웠다. 독서를 통해 자기주도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이다.
고 교장은 “가정과 학교에서 독서가 몸에 배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초등학교 때의 책 읽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책 읽는 자체에 즐거움을 느껴야 성인이 되어서도 자발적으로 책을 접하게 돼 ‘평생 독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자녀에게 어떤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좋아한다면 만화책도 좋다. 교사나 학부모가 현명한 독서지도를 위해 도서목록을 주는 것은 좋지만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노명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고려대에서 진행되는 한 독서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다. 교수가 학생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전교생이 볼 수 있도록 공지를 띄운다. 공지에는 △도서명 △주최자(교수) △모임일시 등을 담는다. 참가 신청한 학생에게는 학교가 대신 책을 구매해준다. 모임 때까지 책을 읽어오는 것이 과제. 교수와 학생은 함께 읽은 책에 대해 토론한다. 노 교수는 학교, 아파트, 지역 등에서도 이런 프로그램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이른바 ‘독서 새마을 운동’이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