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심장정지환자 살리는 ‘오사카프로젝트’ 이끈 이와미 다쿠 씨
일본 응급구조 체계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 심장혈관 전문의 이와미 다쿠 씨. 심장마비 환자가 쓰러진 뒤 치료를 받고 나가는 순간까지의 모든 기록이 의무화되면서 생존율도 3배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1998년 심장이 멈추는 심정지 환자가 병원에 올 때까지의 상황을 기록지(Utstein style)에 적는 오사카프로젝트가 실시됐다. 이런 기록지는 서구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오사카처럼 880만 명이 사는 대도시에서 전면 실시한 것은 처음이었다.
심장마비, 4분내 조치해야 생존,전기심장충격기 설치의무화 주도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심장혈관전문의 이와미 다쿠(石見拓·교토대 보건관리센터) 씨를 26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라마다호텔에서 만났다. 이와미 씨는 26, 27일 대한응급학회 산하 대한응급의료지도의사협의회가 주관하고, 가천의과대 길병원이 후원하는 ‘2010 EMS 하계 심포지엄’에서 일본 내의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이 어떻게 높아졌는지 강연하기 위해 방한했다.
○ 오사카프로젝트, 2005년 전국 확대
일본 청소년들이 압박 군(Mr. push)을 이용해 흉부 압박 훈련을 하고 있다. 오사카 프로젝트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심장마비 환자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것보다 가슴을 압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이와미 다쿠 씨
일본 정부는 2004년 일반인도 간단한 작동으로 심장마비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줄 수 있는 AED 설치를 의무화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사카프로젝트의 효과를 지켜본 정부는 2005년 이를 전국에서 실시토록 했다. 이와미 씨는 “기록지를 일본 실정에 맞게 계속 개정했다”며 “개정된 기록지를 전국 병원에 보급하고, 기록을 잘하는 방법도 소방서와 응급구조대에 알려준다”고 말했다.
기록이 꾸준히 쌓이면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의사와 응급구조 전문가들은 AED 사용률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어떤 방법이 사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연구했다.
일반인이 AED를 쓰는 비율은 2005년 1.2%에서 2007년에는 6.2%로 올랐다. 그 덕분에 심장마비에 걸렸을 때 주변에 목격자가 있는 경우 생존율이 14.4%에서 지난해 31.6%로 껑충 올랐다.
일반인도 쓸수있게 사용법 강의, 아동용 DVD프로그램도 만들어
이와미 씨는 “응급구조 하면 보통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을 떠올리지만 성인에게는 별 효과가 없고 차라리 가슴을 계속 눌러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오사카 지역 성인남녀 심장마비 환자 4900명의 응급구조 방법과 1년 뒤 상태를 비교해본 결과, 재빨리 흉부를 압박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미 심장협회도 올해 말 발표할 지침에서 이 방법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미 씨가 개발한 ‘압박 군(Mr. Push)’. 압박 군은 폭신한 재질로 만든 인간의 가슴 부분모형이다. 사진 제공 이와미 다쿠 씨
이와미 씨의 목표는 일본에 흉부압박법을 할 줄 아는 일반인을 15%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응급의학에서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15%가 넘어가면 모두 아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요. 지식이 금세 전파되고, 누군가가 쓰러져도 도울 사람이 근처에 있으니까요.”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