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격자가 말해준 대로 김 위원장과 3남 김정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불과 40∼50분 전 지나간 길을 따라 걸어봤다. 농작물 전시구역이었다. 각종 넝쿨식물로 사각형 또는 아치형 터널을 만들었다. 뱀처럼 길게 생긴 ‘사두오이’ 같은 식용 오이류와 호박류 등이 머리 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 식물터널 양옆에는 개구리가 헤엄치는 논에서 자라는 온갖 벼 품종과 함께 사람 키보다 훨씬 큰 옥수수와 해바라기, 기네스북에서만 봤던 엄청난 크기의 호박과 수박이 자라는 밭, 땅을 완전히 뒤덮은 고구마 잎사귀 등이 펼쳐졌다. 거듭된 종자개량으로 단위면적당 생산성과 맛을 높이고 병충해에도 강한 각종 농작물이 가랑비에 젖고 있었다.
중국은 최근 30년간 끊임없는 종자개량과 비료를 개선해 13억 명이라는 거대 인구의 먹는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했다. 그 현장을 보며 굶어 죽는 주민이 속출하는 나라의 철권 통치자와 그 후계자는 무엇을 느꼈을까.
이날 박람회에서 72세의 할머니를 만나 “방금 북한 최고 지도자가 다녀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우리도 개혁개방 전만 해도 그들처럼 못살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 할머니의 말처럼 북한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고립의 길을 버리는 것이다. 이곳에서 김 위원장이 그런 비슷한 생각을 해봤기를 희망해본다.
―창춘에서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