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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첫 여성 수상자 오스트롬 교수

입력 | 2010-08-28 03:00:00

“기후변화 해법, 국가보다 개인에 달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는 “기후변화 같은 ‘전 세계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의 개입보다 일반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le@donga.com

“서울의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에는 대부분 운전자 한 사람만 타고 있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한 차에 여러 명이 탈 수 있게 생활태도를 바꾸는 것도 기후변화를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인디애나대 정치학과의 엘리너 오스트롬 석좌교수(77)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도 국가의 개입이나 규제보다 일반인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 중요하고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23차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세계총회(세계산림과학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방한한 오스트롬 교수는 26일 오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정치학자인 오스트롬 교수는 집합행동이론의 권위자로 산림, 바다, 지하수같이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보존 이용하는 데는 정부가 개입하거나 사유재산권을 도입해서 시장에 맡기기보다 사용자들의 자발적 감시와 관리체계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최근 그는 자신의 연구를 기후변화 문제에 적용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서’를 읽어보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들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오스트롬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에서 중요한 사실은 해결책이 쉽게 만들어질 수 없고, 언제 만들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라며 “해결책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 놓고 기다리고 있는 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더욱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국가 차원의 기후변화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을 때에도 도시, 마을, 개인 같은 ‘낮은 단계’에서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를 막는 데 필요한 조치를 얼마든지 취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할 때 얻는 혜택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성공 사례로 오스트롬 교수는 독일 프라이부르크 시의 친환경 도시 조성 노력을 꼽았다. 프라이부르크 시는 환경보호를 위해 자전거 전용도로와 풍력 에너지 단지 등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며 ‘환경 사용자’인 주민들의 생활 방식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것.

오스트롬 교수는 “프라이부르크 주민들의 친환경적인 생활 태도가 확산되면서 도시는 점점 쾌적하게 바뀌었고 주민들 역시 도시가 과거보다 살기 좋게 변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그 결과 더욱 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적인 생활 방식에 동참하게 됐고, 환경보호 노력도 더욱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자원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국가 개입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도 그는 국가 개입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수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자발적으로 변화하고, 움직이기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국가 개입이나 규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도로와 전기를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 더욱 많은 이용료를 내도록 요금 체계를 바꾸고, 프라이부르크 시처럼 주민들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결국 국가의 몫이라는 것이다.

오스트롬 교수는 한국 내 공유자원 중 해안선에 관심을 보였다. 나라의 삼면이 해안이며 해양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어업이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자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긴 해안선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긴 해안선은 향후 큰 문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 같은 나라일수록 해안 거주자들과 사용자들의 자발적이고 공동체적인 해안 보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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