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차들이 무섭게 내닫는 대로 위. 등 굽은 달팽이 한 마리와 허리 굽은 한 노파가 조우합니다. 삶의 무게를 끌고 느릿느릿 자신의 길을 가는 그네들이 참 많이 닮았습니다. 속도를 압도하는 느림, 경건하기조차 합니다. 곽효환 시인이 2006년 ‘인디오 여인’ 이후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펴냈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여전히 ‘생을 보듬는 따뜻한 시선’ 속에 느린 세계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그림이 되어 멈추는 그곳에서 느리게/느/리/게 살았으면,/다시 그렇게’(‘아버지의 사진첩’ 부분). 한편 시간적 ‘느림’은 사방으로 열린 ‘넓은’공간으로 이어집니다. 여덟 편의 ‘열하기행’ 연작을 따라 광활한 대륙을 꿈꿔 보세요.지도에 없는 집(곽효환 시집, 문학과지성사)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