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의혹 여전… 1년새 총리 3명 바뀔 판” 비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의 대결로 치러질 일본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웃을 자는 누구일까. 다음 달 14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이지만 오자와 전 간사장의 대권 도전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엔고-주가급락 등 경제 현안이 산적한 와중에 당권 싸움에만 매달리는 민주당 정권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는 27일자 사설에서 “오자와의 결단은 민의에서 한참 벗어난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고이즈미 정권 이후 총선 없이 1년마다 총리가 바뀐 자민당을 비판해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1년 동안 3명의 총리를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이니치와 니혼게이자이도 각각 ‘대의(大義)가 결여된 오자와 씨의 출마’ ‘당권만을 위한 선거는 불모(不毛)’라는 비판적 사설을 실었다.
이들 신문은 모두 오자와 씨의 출마를 정당성의 문제로 귀결짓고 있다. 정치자금 문제로 “책임을 통감한다”며 간사장직에서 물러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총리직이 걸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특히 아사히는 “자신의 비서가 3명이나 기소됐고 본인 역시 민간인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로부터 두 번째 기소될 위험에 처했음에도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비상식을 넘어 촌극”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니혼게이자이는 “국무대신은 재임 중 총리 동의 없이 기소되지 않는다는 헌법을 (오자와 씨가) 역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민주당 내에서조차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책 방향이 180도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당 대표 경선이 경제 및 외교정책의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 총리는 심각한 재정난과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이유로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내놓은 선심성 공약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오자와 전 간사장은 아동수당 월 2만6000엔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농가소득보전제도 등 생활지원 공약으로의 전면회귀를 주장하고 있다. 또 간 총리는 미일동맹을 외교의 기축으로 삼고 있지만 오자와 씨는 대등한 미일관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