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코드
광고회사 오길비앤드매더의 분석가 피터 프란체스가 한 말이다. 뉴욕타임스에 경제와 문화인류학에 관한 칼럼을 쓰는 저자는 전적으로 이에 동의한다. 그는 ‘필요’가 구매의 가장 큰 요인이던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필요’만을 고려한다면 한 번 입고 옷장에 넣어두는 그 많은 옷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 이상으로 물건을 사게 만드는 심리를 저자는 ‘욕망 코드(desire code)’라는 용어로 분석한다. 그는 ‘욕망 코드’가 만들어 내는 소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예를 든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데이비드 헤세키엘은 이를 두고 “온갖 아이템이 쏟아져 나와도 대부분의 아이템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이 노란 팔찌는 대중의 눈에 띄는 것이 됐고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됐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지만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기분이 들게 하는 ‘의미’를 만드는 데 성공해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는 해석이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수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므로 광고에 휘둘리던 과거 소비자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신 소비 트렌드에 대해 “소비자들은 광고의 메커니즘과 속임수가 내재된 세일즈 전략에 익숙해졌다. 이제는 더 비평적이고 자신의 중요성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요약했다.
이런 소비 트렌드에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자는 한 가지 대응 방식으로 ‘머케팅(murket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모호한(murky)’과 ‘마케팅(marketing)’을 합쳐 저자가 만든 신조어다. 그는 ‘머케팅’을 “일상과 홍보의 경계를 흐리게 하는, 즉 전통적인 마케팅 대신 모호함을 강조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하면서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의 성공을 예로 들었다.
오스트리아 브랜드인 레드불이 미국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7년이었다. 당시 미국 음료시장에는 ‘에너지 드링크’라는 개념이 없었다. 이 회사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유명한 스포츠 스타를 광고에 기용한다든지 하는 진부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 대신 눈에 띄지 않는 분야에서 이벤트를 실시했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쿠바까지 142km를 풍력 카이트보드를 타고 횡단하는 이벤트를 주최했고 브레이크댄스 대회를 후원했다. 전국의 레스토랑을 돌며 은근한 판촉 행사를 벌였다. 그러면서도 이런 행사들을 언론에 크게 노출시키지 않았다. 게다가 레드불이 어떤 음료인지, 누가 이것을 마셔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이런 ‘스텔스 계획’이 먹혀들며 레드불은 조금씩 소비자들을 파고들었고, 미국에 상륙한 지 몇 년 만에 ‘짝퉁’ 음료가 등장할 정도로 에너지 드링크 시장을 리드하게 됐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2001년 12월 미국의 거대 에너지회사인 엔론이 파산을 선언했다. 엔론은 에너지사업이라는 본업보다는 주식거래에 치중하며 낮은 수익률은 장부 조작으로 메우고 있었다. 엔론 스캔들은 결국 기업 경영진의 재무 상태 파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미국 상원에서 통과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경제지 포천이 자신들의 잡지에 실렸던 경제 스캔들에 관한 기사 20가지를 선별해 엮은 책이다. 금광이 발견됐다고 속여 주식 차익을 챙긴 캐나다 회사 브리엑스, 내부 기밀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에 몰두했던 월스트리트 금융인 데니스 레빈, 유령회사 설립과 문어발식 확장으로 주식 투자에 몰두해 결국 사기꾼으로 불리게 된 1920년대 스웨덴 기업인 이바르 크루거…. 이 책은 이 같은 스캔들이 결국 새로운 규제를 불러왔고 현대 비즈니스 지형을 형성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베보, 프렌즈터 등 수많은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사이트가 개인적인 교류, 조직이나 사회에서의 지위, 사회조직 간 위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각각 프랑스의 유명 경영대학원인 인시아드의 수석연구원과 석좌교수인 저자들은 소셜네트워크의 힘이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되면서 개인, 조직, 소비자·시민 등의 부문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온다는 점에 주목한다.
개인이 타인과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소통하려면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하는데 소셜네트워크사이트가 개인의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사회관계, 조직, 시장 및 정치제도 차원에서 소셜네트워크사이트가 권력의 분배와 행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