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는 장소 시간 방법에 있어서 유연성을 지향하므로 일과 가정의 조화와 자녀 출산 및 양육을 지원하는 매우 효과적인 가정 친화적 인사 프로그램의 하나로 알려졌다. 2008년을 정점으로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40%를 넘었고 맞벌이 공무원 비율이 50%에 근접하는 현실에서 보면 유연근무제 도입의 최적 타이밍을 놓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 자산을 가진 한국이 유연근무제 도입을 미루는 것도 비효율적이란 평가가 강하다.
공직사회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개인별 업무별 기관별 특성에 맞게 다양한 메뉴를 제시하면서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로 했지만 전면적 실행에 앞서 현장의 냉소적인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중 하나가 유연근무제 도입에 앞서 유연한 조직문화 조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 공직사회는 계급제 위주의 공직분류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장에서는 업무분담의 불공정, 그에 따르는 보상의 불공정 문제가 널리 퍼졌다. 따라서 업무시간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업무의 질을 고도화하여 업무 분담에 있어서 소외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공무원이 생기지 않도록 세밀한 직무 분석을 미리 해야 한다.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유연근무제를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유연근무제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국가는 유연근무제를 일과 가족의 조화를 위한 국가 중요 정책 어젠다로 인식하고 공무원의 능력개발과 직무수행 성과의 향상을 이끌어 내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파악한다.
유연근무제의 운영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그러므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만드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상황별 액션 지침이 나와야 하고 관리자와 직원이 참조할 매뉴얼을 되도록 빨리 보급해야 한다. 동시에 유연근무제 실행에 걸림돌이 되는 인사제도를 개혁하는 작업도 해나가야 한다.
유연한 공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주무부처는 기관장으로부터 가정 친화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서약을 받고, 유연근무제를 선택한 공무원이 승진이나 교육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동시에 유연근무제가 해당 부처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선택되도록 하는 상향식 접근이 필요하다.
조경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