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싸게 집 내놔도 전화 한통 없어요”
이번 달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박 씨 가족은 아직 이사하지 못했다. 번동 아파트가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큰마음 먹고 시세인 3억2000만 원보다 5000만 원이 낮은 2억7000만 원에 집을 내놨지만 몇 달째 문의 전화조차 없다”며 “부동산중개소에서는 2억2000만 원에 내 놓으면 팔릴 것이라고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1억 원이나 손해 보고 내놓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가 29일로 예정된 가운데 현재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대책이 나오면 어느 정도 값이 오르겠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사려는 사람은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더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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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부가 내놓을 대책도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가 4월에 발표한 대책(4·23 대책)보다 아무리 강력한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3억 원 이상 떨어진 집값이 갑자기 회복되리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입주 포기와 계약 취소가 잇따르자 아파트 분양대행사에는 비상이 걸렸다. 서울의 A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수도권 일대 상당수 단지에서 건설사들이 잔금 40%를 유예하고 일단 입주만 하도록 하는 최후의 수단까지 강구하고 있다”며 “기존 집값이 1000만∼2000만 원 수준이 아니라 몇억 원씩 떨어진 집들도 많아 입주예정자들에게 ‘기존 집을 더 싸게 내놓으라’고 말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국지적인 수준의 대책을 발표한다면 거래활성화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전폭적이고 전향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값이 하향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 움직이지 않는 게 문제”라며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한 거래가 활성화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은 정부가 4·23 대책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단독주택과 경기 양평군 일대의 밭을 팔아 강남 일대의 아파트로 이사 가려는 이모 씨(57)는 “이사하려는 사람이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만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혜택을 주면 그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새로 분양하는 주택을 사거나 강남권 아파트를 사더라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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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