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1세대 정창섭 씨과천현대미술관서 회고전
국립현대미술관의 ‘정창섭’전은 한국 전통의 종이와 미감을 접목한 추상미술 작가의 화업 60년을 조망하는 자리다. 과천=고미석 기자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은 한옥의 창호지 같은 은은한 느낌이 살아 있는 그의 대표작을 한자리에 모아 정창섭전을 마련했다. 현재 노환으로 투병 중인 화가는 서울대 미대 1회 졸업생으로 1953년 국전에서 특선을 차지하며 화단에 나왔다. 이번 회고전은 앵포르멜과 모노크롬을 실험한 시기를 거쳐 닥종이를 사용한 독창적 작업에 이르기까지 67점을 통해 평생 축적한 예술가의 곳간을 꼼꼼하게 되짚는 자리다.
‘시대를 모색하다’ ‘종이를 만나다’ ‘침묵으로 잠기다’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한국적 추상회화의 정체성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특히 대표작 ‘닥’과 ‘묵고’ 연작은 한국의 미감과 서구 추상의 정신을 접목해 ‘말없이 말하는 경지’를 일깨운다. 화가인 ‘나’와 재료인 ‘종이’가 합일을 이루듯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등도 둘이 아님을 작품으로 보여준 작업이다.
과천=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